『내가 대통령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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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린시절에는 누구나 한번쯤 대통령이 되는 꿈을 꾸어 본다. 그 꿈은 나이가 들면서 퇴색되어 선생님이나 의사로 바뀐다. 철이 든다는 얘기다.
그러나 때묻지 않은 어린이들의 입에서 『내가 대통령이라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지, 그 꿈을 들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번 6월호 「소년중앙」이 어린이날 기념으로 꾸민 『내가 어린이 나라 대통령이라면…』 특집은 비록 「어린이 나라」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그들의 관심과 꿈이 무엇인가를 적나라하게 밝혀주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아이들이 궁전 뜰에서 재롱을 피우며 떠들고있었다.
『각하, 국민들이 이른 새벽부터 몰려와서 기다리고 있읍니다.』
나는 장관의 말을 듣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어린이 나라 대통령 만세!』 뜰을 가득 메운 아이들이 만세를 부르며 환영했다.
『오늘은 우리 어린이 나라의 가장 큰 명절인 어린이 날입니다.지금부터 중대발표를 하겠습니다.』 갑자기 뜰 안이 조용해졌다.
『오늘 이 시간부터 시험을 없앱니다. 그 대신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이 나라가 더욱 눈부시게 발전하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우리 대통령 만세!』 아이들은 다시 큰 소리로 만세를 불렀다.>
서울 명지국민학교 6학년 김지현양의 글은 어린이들에게 시험이 얼마나 큰 부담을 주고 있는가를 실감하게 한다.

<세상을 온통 과자로 가득차게 하겠다. 수도청장을 불러 수도물을 사이다로 만들라고 명령하고… 그러면 세수도 하고, 밥은 콜라나 주스로 짓게 되겠지. 하하하… 신난다.> 「안데르센」이나 「그림」동화를 한참 읽을 나이인 수원세류국민학교 1학년 이규웅군의글은 개구장이답다.

<소풍은 모두 외국으로 가게 하겠다. 특히 스위스의 알프스로 가서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살았던 통나무집을 꼭 구경하고 싶다.> 군산 중앙국민학교 4학년 정진영군의 글은 사나이다운 꿈과 모험심을 담고 있다. <무거운 책가방과 도시락 가방을 들고 가지 않아도 되고, 숙제가없는 그런 학교를 만들겠다.>서울 대은국민학교 4학년 김형준군은 동심을 멍들게 하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그러나 가장 어른스러운 글은 <무엇보다도 내 자신이 먼저 대통령다와야겠다…>는 서울 재동국민학교 6학년 김승은양의 얘기다.
5일은 어린이 날-. 이런 소망들이 시들지 말고 그대로 실하게 영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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