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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 속 일사천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통일민주당 창당되던 날>
통일민주당이 제1야당의 새로운 깃발을 든 1일의 창당대회는 대회장 밖의 삼엄한 경찰 경비와 대회장안의 열기가 오늘의 정국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이날 대회는 김영삼 총재의 만장일치 추대가 미리 정해져있는 탓인지 야당의 창당대회치고는 비교적 조용 한 분위기 속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권교체 세력 될 것>
김영삼 창당준비 위원장은 대회개회를 선언하면서 『오늘은 우리의 역사를 바꿔놓게 될 제1야당 통일민주당이 창당하는 날』이라며 『우리는 모든 민주세력의 구심점이 될 것이며 멀지 않은 장래에 이 땅의 정권교체 대체세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
그는 『오늘 당국의 철저한 방해로 비좁은 장소에서 대회를 치를 수밖에 없고 당사도 구하지 못한 실정이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우리당 차지가 될 것이니 안심하라』고 호언.
그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예의 명구(?)로 개회사를 끝맺어 박수갈채.

<옥외스피커로 중계>
대회는 노승환 의원이 『국민의 위대한 지도자 김영삼 당 준비위원장을 초대 총재로 추대하자』고 제의하면서 당원 및 대의원들이「김영삼」을 외쳐대는 가운데 절정.
총재로 선출되는 동안 김총재는 3분여 눈을 감고 기도.
이날 대회는 7백여명의 대의원들이 주대회장인 3층 소강당 (1백50명), 2층 카페·기념강당· 화랑 4백명), 3층 식당(2백명)에 분산 수용됐고 옥외에도 1천여명의 당원들이 모여있었는데 3대의 모니터와 옥외스피커가 대회진행을 중계해 시간이 가면서 대회분위기는 고양됐다.
상오10시 정각에 시작된 대회는 유준상 의원의 개회선언에 이어 서석재 의원의 성창 보고, 당기입장, 이상돈 제헌의원의 임시의장선출 등 일사천리로 진행.
임시의장을 맡은 이상돈씨는 『발기대회에 이어 오늘도 임시 의장을 맡아 영광』이라며 『제헌이래 야당생활만 줄곧 해왔지만 이렇게 좁은 장소에서 전당대회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장소사용 허가를 안해준 당국을 비난.
대회는 이어 김영삼총재에게 상임고문 추대를 일임했는데 김총재는 직접 거명은 않고 『다 알지요』라고 김대중씨 추대를 제의.
김대중씨는 이날 대회에서 관례로 되어 있던 녹음연설의 격려사를 하지 않았다.
대회는 대의원들의 『선구자』제창을 끝으로 1시간ㅁ50분만에 모두 마쳤다.

<국민의 힘 알게하자>
김총재는 취임사를 통해 『국민을 오직 통치의 대상으로만 아는 정권에는 국민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며 『때리면 맞고, 짓밟히면 눕되 풀잎처럼 다시 일어나는 이 나라 국민의 끈기와 전통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역설.
김총재는 『올림픽이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화가, 국민내부의 화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
한편 대의원들은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채택, 『현정권의 가공할 정치공작에 의해 병들대로 병들고 전신마비가 된 신민당을 가지고는 민주화와 독재종식의 국민적 여망을 다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신민당을 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

<노대표 등 축하 화환>
대회장에는 「앞장서자 통일민주」 「쟁취하자 직선제개헌」 「막아내자 독재세습」이라는 종이 현수막이 단상 좌우에 나붙었고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권두영 사민당 위원장의 축하 화환이 뒤늦게 도착해 대회장 입구에 놓였다.
이민우 신민당 총재도 화환을 보냈는데 입구에서 대의원들이 받을 것 없다고 짓밟아버렸다.
대회장에는 또 김영삼씨의 부친 김홍조씨가 나와 총재 추대과정을 지켜봤다.
이날 대회에는 여느 대회와는 달리 인물사진이 든 피킷이 일체 없었는데 그것은 「김총재 피킷을 준비할 경우, 김대중씨 것도 해야되기 때문에 말썽을 피해 아예 없애기로 한것.

<동교동에 위로전화>
김총재는 이날 아침 상도동 자택을 떠나기에 앞서 가택연금중인 김대중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
김대중씨는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그 동안 창당과정에서 고생이 많았다』고 치하.

<안희창·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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