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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양사건」 검찰수사실 주변|"3일간 금식기도하고 왔다" 김영선 전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범양상선 조영시 공동대표는 29일 검찰에서 1백억원 비자금용처에 대해 박회장이 방계 범양식품 및 범양냉동등의 주식 위장매입에 70억원을 썼다고 하자 해운업계에서는 『오히려 그렇다면 섭외활동에는 「관례」보다 적게 쓴 것이 아니냐』며 믿기어렵다는 반응.
해운업계에 따르면 범양정도의 규모라면 ▲84년 통페합과정에서 주력선사로 살아남기 위한 활동비 ▲79∼80년 해후호황기에 계획조선 할당량 확보노력 ▲81년 이후 불황기의 곡물·석탄등 국책물자 수송권확보를 위한 로비활동 ▲은행의 유리한 지원조건획득에만도 엄청난 비자금이 들어갔을 것이란 것이다.
이들 관계자들은 특히 박희장과 한사장이 84년 이후 경영주도권쟁탈전을 벌이면서 경쟁적으로 대외로비를 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79년 이후 7∼8년동안 로비활동에 20억∼30억원만 썼겠느냐고 반문.
○…검찰의 수배 중 자진출두한 김영선 전무는 형사처벌대상에서 제외된 탓인지 주저하지 않고 비교적 시원스레 진술하는등 두툼한 배짱을 과시.
김씨는 검찰에서 박회장과 한사장이 자신을 뉴욕지사장에 발탁한 것은 『순전히 외화도피를 위한 하수인으로 쓰기 위한 것 같았다』고 시원스레 진술.
김씨는 79년 지사장으로 부임하기 전 박희장으로부터 『앞으로 중요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으며 부임 직후 본사로부터 외화유출을 외한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지침이 하달됐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또 『박회장과 ▲한사장 가운데 누구 파인가』라는 수사관의 추궁에는 『나를 지사장으로 뽑은 것은 박회장이었지만 나는 한사장도 좋아했다』고 아리송한 답변.
김씨는 또 『내가 6년간이나 지사장에 있을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외화유출을 잘 했기 때문이 아니었겠느냐』고 스스로 장수이유를 분석하기도.
○…김영선 전무는 검찰조사과정에서 뉴욕지사에서 조성한 비자금 1천5백20만달러의 사용처를 박회장과 그 가족 7백만달러, 지사경비 3백만달러, 국내송금 4백만달러, 한사장 사용 67만달러, 기타 홍콩 송금 등이라고 진술했는데 이는 27일 국세청 발표자료와 똑같은 내용.
이를 두고 검찰 관계자는 『김전무가 그동안 잠적해 있으면서 답변내용을 충분히 준비해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마련한 것 같다』며 김전무의 입에서 새로운 사실을 캐내기는 틀린 것 같다고 말하기도.
○…김전무는 『그동안 왜 검찰에 출두하지 않았느냐』고 수사관이 다그치자 『도망간게 아니라 3일간 기도원에서 금식기도를 하고 온 것』이라고 설명.
김전무는 국세청이 한사장 신병을 검찰에 님기기 전날인 24일 기도원으로 가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용기를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한 뒤 『귀가해 보니 가족들이 검찰에 자진출두를 설득해 곧바로 출두했다』고 진술.
○…29일 하오8시10분쯤 조사를 마치고 풀려난 김영선 전무는 검찰직원을 가장,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태연히 수위실 앞을 지나려다 열굴을 알아본 보도진들이 뒤쫓자 카메라를 피해 후문쪽으로 줄행랑.
그러나 후문쪽 출입구는 이미 모두 잠긴 뒤여서 김씨는 울타리 밑에 숨어 5분 동안 승강이를 벌이다 체념한 듯 『찍으려면 찍으시오』라며 오히려 대담하게 포즈를 취하기도.
○…범양사건의 검찰수사속보가 매일 신문에 크게 보도되는데 대해 검찰간부들은 달갑지 않은 표정.
서울 지검의 한 간부는 『이제 수사를 마무리한 후 검찰의 결과 발표 때나 한번 쓰고 말았으면 좋겠다』며 은근히 보도축소를 희망.
그러나 한 수사관계자는 『만일 검찰이 조사결과를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밝히지 않으면 기사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 검찰이 더욱 애를 먹게된다』고 걱정.
○…한사장은 78년 1월 박회장이 『자네 동생이 미국 LA에서 부동산으로 성공했다는데 소개시켜 달라』고 요청, 80년초 박희장 부부와 한사장의 동생 상익씨가 미국에서 만나 2백만달러를 부동산투자에 맡겼다고 진술.
그 후 박회장과 한사장의 사이가 벌어지자 박회장이 투자액 회수를 요구, 상익씨가 『이익금의 30%만 주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박회장과 승강이를 벌인 끝에 원금에 이익금 1백50만달러를 붙여 3백50만달러를 돌려주었다는 것.
○…검찰의 한 간부는 29일밤 조사를 받고 검찰청사를 나오던 김영선씨와 보도진들 간의 승강이 장면이 TV를 통해 보도되자 수사관계자들에게 『어떻게 했길래 그런 일이 벌어졌느냐』고 호통.
이 때문에 수사관계자들은 수사비밀유지를 위해 의부수사를 하자니 여론의 비판이 있을 것으로 걱정되고, 관련자들을 검찰로 불러 조사하자니 또다시 그같은 일이 벌어질까 우려돼 걱정하고 있는 형편.
○…소재를 찾던 김영선씨가 전화를 걸고 자진출두하자 한사장의 내연의 처인 김희평씨를 찾고있는 검찰은 소재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전화만을 기다리고있는 실정.
검찰관계자는 김씨의 소재를 파악키 위해 한사장에게 물어보았으나 국세청조사 등 상당기간을 외부와 차단돼 있어 전혀 모르고 있더라고 난감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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