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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 등 3편 공연싸고 논란|베스트셀러 소설 연극화 러시 "인기편승"이냐 "재창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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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6면

영화·TV에 몰아닥친 소설각색 바람이 최근 연극에까지 거세게 불고 있다.
올 들어 신작창작극 공연이 어느 때보다 줄어든 가운데 우리 연극계를 대표할만한 주요극단들이 오리지널희곡이 아닌 소설작품들을 각색, 앞을 다투어 무대에 올리는 현상을 보여 문학-연극의 만남이라는 긍정적인 면과 독특한 연극자체의 양식붕괴라는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5월중에 공연될 작품으로는 『사람의 아들』(이문열작) 『숲속의 방』(강우경작) 『변방에 우짖는 새』(현기영작) 등 이른바 베스트셀러 소설로 『고도를 기다리며』 『아가씨와 건달들』 『불랙 코미디』 등 외극번역작품 등과 함께 당분간 우리 공연계를 휩쓸 태세여서 순수창작극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현상은 ▲폭넓은 문학독자들의 연극관객으로의 유입 ▲자료 및 예술성이 풍부한 기초대본의 손쉬운 채택 등의 이점을 가지고 있으나, 반면 ▲가뜩이나 부족한 극작가들의 지평 축소 ▲원작이 얻는 인기에 편승, 소설이 단지 연극의 소재 제공 등으로 전락할지 모르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현재 5월9일부터 31일까지 실험소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극단 실험의 『사람의 아들』(이문열각색)은 새로운 신의 모습을 찾아나선 한 젊은이의 종교적 탐색을 그린 작품으로 79년에 발간된 이후 30만부를 발간한 초 베스트셀러. 87년들어 4백장짜리 중편을 l천3백장의 장편으로 보완·개작해 다시 독서계의 열풍을 일으키며 서점가 판매고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뉴욕대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돌아온 신예 하태신씨가 연출을 맡았고, 이승호·정동환·김갑수씨 등 베테랑급 연기자들이 출연한다.
5월31일까지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극단 산울림의 『숲속의 방』(서영명각색)은 80년대라는 특수한 시대상황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 86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뒤 1년동안 10만부를 돌파하며 아직도 베스트셀러 수위로 집계되는 대학가의 인기소설이다.
튼튼한 리열리즘을 바탕으로한 중견연출가 임영웅씨의 무대구상아래 윤상미·김순이 이승옥 이호재씨 등 신진·중견 연기자들이 열연한다.
5월19일부터 31일까지 문예회관 소극장무대에서 막이 오르는 『변방에 우짖는 새』(김석만·오인두 공동각색)는 1898년에서 1901년까지 제주도에서 3년간격으로 외세에 저항해 발생했던 방성칠과 이재수의 난을 다룬 문제작.
『한씨 연대기』 등 서사극 무대화에 성공한 젊은 연출가 김석만씨의 의욕과 문성근·이호성·박용수·이성용씨 등 연우무대의 간판급 배우들이 총 출연한다. <양헌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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