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운용, IMF와 협의하게 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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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원화환율의 절상폭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우리로서는 미국의 절상압력을 최소화하면서 수출은 물론 경제전반에 큰 타격을 주지않는 범위내에서 점진적 절상을 추구해 나간다는 방침이나 상황은 갈수록 어렵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가운데 28일 앞으로 원화환율을 미국과 쌍무적인 협상대상으로 삼지않고 IMF(국제통화기금)와 협의를 통해 운용해갈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IMF협의단이 6월초 내한, 우리와 「환율운용에 관한 특별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원화환율은 IMF의 SDR (특별인출권) 와 미일등 주요통화국의 환율변동에 따라 움직이는 복삭통화바스킷제를 채택, 운용되어왔다. 여기에 「알파」라는 정책적 변수를 가미해 정책목적을 반영해왔다. 그동안이 「알파」는 사실상 미국의 절상압력이 대부분 이었던 셈이다.
정부가 이번에 환율운용방식을 바꾼것은 IMF를 완충병으로 해서 미국의 환율절상압력의 강도를 줄이면서 국내적으로는 미국의 압력때문에 환율을 절상시킨다는 인상을 주지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되고있다.
작년7월 미국이 처음 공식적으로 원화절상요구를 제시한후 우리의 환율 협상은 주로 한미간 쌍무협의를 통해 이뤄져왔다. 그러나 미국과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은 결과 우리로서는 미국측의 요구에 계속 밀릴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대미무역흑자증가로 원화절상은 더욱 가속화되는 실정이다.
원화의 대미달러에 대한 절상폭은 지난해 3.2%에서 올해는 4개월도 채못돼 3.1%나 올랐다.
더군다나 미국은 대외무역적자의 개선방안으로 주요 대미흑자국에 환율절상압력을 강화, 최근에는 우리측에 대해 대만과 환율연계운용방식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측이 이에 반대해 IMF와의 협의운용방식을 제시했다. 이 방안은 정인용재무부장관이 지난초순 워싱턴에서 열린 IMF잠정위원회에 참석, 「베어커」 미재무장관과 재무장관회의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라졌다.
이에따라 우리측과 IMF가 그동안 절차를 협의해오다 「환율특별협의」에 최종 타결을 보게된 것이다.
정부는 국제수지흑자로 올해부터 중단해왔지만 지난65년부터 IMF와 스탠드바이 차관 (대기성차관)협정을 맺어 경제개발에 필요한 차관을 얻어다 쓰면서 통화·국제수지·환율등 주요경제 정책운용을 매년 협의해왔다.
IMF와의 협약에 의해 총통화 증가율, 연말총외채 억제목표등을 상호합의, 이를 어김없이 지켜왔다.
환율에 대해선 IMF측이 그동안 평가절하를 지지해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더이상 원화환율이 평가절하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권고해온 바도 있다.
이번의 「환율특별협의」는 종전의 주요경제정책협의 가운데 환율만을 중점적으로 협의하는 것으로 볼수있는데 그 결과가 우리의 환율운용에 구속력을 갖게된다고 정부는 설명하고있다.
정부가 이처럼 「구속」을 자청(?)하면서도 IMF와 환율협의를 하려는 것은 대만과 우리를 동일 티킷으로 묶어 미국이 원화절상압력을 가해올 경우 정부로서는 결코 유리할 게 없으며 미국과 쌍무협상보다는 그래도 권위있는 국제기구의 중재가 득이 된다고 판단했기때문이다.
재무부관계자도 『다자간의 환율협상기구인 IMF를 통한 협의를 할경우 한국의성장·외채·물가등 경제전체에 관한 사항을 종합해 환율문제를 보기때문에 보다 종합적이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우리 환율을 평가하는 건의안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대해선 의회의 강력한 보호주의정책에 시달리고있는 미행정부도 양해를 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MF측은 6월초 우리측과 환율문제를 협의한 후 결과를 한미양국에 보고서형태로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IMF와의 환율운용방식변경이 원화절상을 둔화시키리라고 속단하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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