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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라면·담배…수출 틈새시장서 빛난 효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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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무역의 날’ 수출의 탑 수상 1209개 기업 보니

‘수출의 탑’ 수상자들이 5일 제53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왼쪽 첫째)로부터 트로피를 받고 있다. [뉴시스]

‘수출의 탑’ 수상자들이 5일 제53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왼쪽 첫째)로부터 트로피를 받고 있다. [뉴시스]

농심의 주력 제품인 신라면은 세계 100여 개국으로 수출되며 식품 한류를 이끌고 있다. 1971년 5월 수출식품 영업허가를 취득하며 해외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후 현재는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스위스 융프라우부터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신라면이 진출한 상태다. 올해 수출 실적은 1억546만 달러로 최근 3년간 평균 11%씩 신장했다.

수출 2년 연속 뒷걸음, 무역 1조 달러 어렵지만
농심·이마트·KT&G·KAI 등 글로벌 공략 두각
무역협회 “적극적 틈새공략 기업 늘어 고무적”

5일 한국무역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53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농심은 1208개 기업과 함께 수출의 탑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출의 탑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연간 수출액을 집계해 100만 달러 이상의 실적을 낸 기업에 주는 상이다. 한국이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1964년부터 매년 시상한다. 이번 수상 기업 중 식품기업은 농심이 유일하며, 라면 업계에서 1억 달러 이상 수출의 탑을 수상한 것도 처음이다.

올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 수출 전선이 심상찮다는 것도 고스란히 감지된다.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8%)에 이어 올해(10월까지 -8%)에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2년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수출의 탑 수상 기업은 1209개인데, 2004년(1191개) 이후 가장 적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달성 실패가 확실시된다.

올해는 100억불 수출의 탑 수상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2002년 현대자동차(70억불탑)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750억불탑)가, 2014년에는 SK하이닉스(150억불탑)가 100억 달러를 넘기며 최고 수출의 탑 기업에 올랐다. 두 회사가 수상 신청을 하지 않은 가운데 한화토탈이 50억불탑으로 최고가 됐다. 동일 수출 실적 수상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800억 달러, SK하이닉스는 200억 달러를 넘겨야 수상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 희망의 싹도 보인다. 그동안 수출 동력으로 여기지 않았던 틈새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기업들이 눈에 띄었다. 수출 산업의 DNA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라면 업계 최초로 1억불탑을 수상한 농심을 필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마트·KT&G 등이 두드러졌다.

KAI는 국산 항공기와 항공기 기체구조물 수출 확대에 주력한 결과 항공업계 최초로 10억불탑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첨단기술의 총결집인 항공산업은 그간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KAI의 수출 실적은 한국의 항공산업이 수출산업으로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KAI는 2001년 KT-1을 인도네시아로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7개국에 총 137대 34억 달러어치를 팔았다.

이마트는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기업으로서 처음으로 2000만불탑을 달성했다. 지난해 100만불탑을 달성한 데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다. 2013년 홍콩 왓슨그룹에 자체 브랜드 상품 등 130여 개 가공식품을 수출한 이후 알리바바 티몰, 메트로 등 해외 주요 유통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3년 만에 수출 실적을 100배로 끌어올렸다. 올해 들어선 전문 무역상사로 지정받고,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에 소개하는 등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KT&G는 해외 판매 호조로 명실상부한 수출 기업으로 변신했다. 에쎄(ESSE) 등의 판매 호조와 신시장 수출 성장에 힘입어 7억64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2002년(1억만불탑)을 시작으로 여섯 번째로 수출탑 수상자 명단에 오르게 됐다. 이미 지난해부터 담배 판매 중 해외가 국내를 추월한 상태다. 올해는 지난해(465억 개비)보다 더 늘어난 476억 개비를 수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호 무역협회장은 이날 “우리 무역은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제는 새로운 성장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 한국 수출의 주역을 제조업이나 중화학공업이 떠맡으면서 허리(중소·중견기업)가 부실했다”면서 “수출 품목과 주체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농심이나 이마트 같은 식품·유통 업체의 선전은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2년 32.1%에 불과했던 수출의 탑 수상 중소·중견기업은 올해 37.7%로 비중이 커졌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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