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동구타」세미나 통해 알아본 실태|자주 매맞으면 심신장애 위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민학교 어린이 3명중 2명은 집에서 매맞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양대정신건강연구소와 대한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가 가정의 달을 앞두고 개최한 「아동구타」세미나(24일·한양대의대)에서 한양대의대 김광일 교수(신경정신과)와 시립학교 건강관리소 고복자 박사(신경정신과)는 국민학교 3, 4학년생 1천1백42명을 대상으로 아동구타의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사이에 매맞은 일이 있다고 대담한 아동이 응답자의 66%나 되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8명중 1명은 한 달에 한번이상 상처가 생길 정도로 심하게 맞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으며 빈곤층 가정의 자녀가 부유층의 자녀에 비해 매맞는 율이 4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천중앙길병원 안동현 박사(신경정신과)가 소아과전문의와 일반의 4백3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의사의 66%가 학대아동을 경험했다고 대담했는데 이 가운데 67명은 심한 신체손상을 받은 경우로 사망이 6명, 두개골골절 7명, 기타골절 16명, 열상 14명, 뇌출혈 8명, 고막파열 4명, 전신의 멍 3명, 심한 영양실조 3명, 질식에 의한 뇌손상 2명, 실명· 골수염·화상·치아손상이 각 1명씩으로 밝혀졌다.
구타자는 부모 또는 계부모에 의한 것이 83%(이중 절반은 아버지), 형제나 친척·가정부·위탁모 등에 의한 것이 17%였다.
남녀비율은 3대1로 남자어린이가 더 많이 맞는 편이었으며 평균연령은 6.6세나 심한 구타는 2세미만의 영유아가 가장 많았고 「가벼운 구타」는 거의 절반이 5· 6·10세 어린이로 소위 「미운 7살」과 추상적 사고능력이 길러지는 국민학교 4, 5학년 아동이 많았다.
이들 조사자들은 매를 맞고 자라는 어린이는 실제로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하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기 때문에 부모나 가족의 각성과 함께 예방대책이 마련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립서울정신병원 곽영숙 박사는 아동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태도가 학대를 유발하며 또한 학대받은 과거력이 있는 부모일수록 자녀를 학대하는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반복적으로 구타당하는 아동은 필연적으로 각종 신체장애와 정신증상 및 행동장애, 예로써 정신발달지연·언어발달지연·신경학적이상·자아기능결손·급성불안충격반응·병적 대인관계·자학적 파괴행동 등을 나타내며 매맞고 자란 아동은 성장 후에도 사소한 일에 폭력을 잘 휘두르고 스스로 폭력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면서 가정폭력은 어떤 형태나 이유로든 근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흔히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아동을 때리는 사람이 있으나 물리적인 힘으로 애정을 표현하고 교육목표를 성취하려는 것은 때리는 자나 매맞는 자 모두에게 폭력을 정당화시키는 구실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사대 이성진 교수(한국행동과학연구소장·교육심리학)는 매질을 한다고 행동을 고칠 수 있다면 모두가 천사가 되어야하지 된다며 매로 인해 착한 행동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오히려 정서적인 분노를 유발하고 인간관계만 악화시키므로 착한 행동에 대한 칭찬 등 다른 방법으로 선도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서울교대부국 심경석 교장은 개인적인 감정이 선행되지 않고 선도해야겠다는 교육적 의지가 확실하다면 체벌도 충격요법의 일종으로서 필요하다고 말하고 「사랑의 매」는 남용되어서는 안되지만 전혀 없을 수도 없는 것이 현장에서 보는 우리의 교육현실이라고 말했다. <신종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