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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악재만은 아니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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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호 18면

일러스트 강일구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결론이 난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머징 마켓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의 승리가 확실해졌을 때, 많은 미국 유권자들이 느꼈을 충격이 주식시장에도 반영됐다. 특히, 이머징마켓이 크게 요동쳤다.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2위 경제국인 멕시코 간의 관계는 트럼프 선거전의 가장 중심이 된 이슈 중의 하나였다. 불법이민자들의 월경을 줄이기 위해 거대한 장벽을 설치하고, 캐나다가 포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파기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의 승리에 따라 미 달러화 대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선거 다음날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으며, 멕시코 주식시장 또한 대부분의 다른 라틴아메리카 시장과 함께 하락했다.

[인프라 투자, 감세로 美 경제 회복 기대도]
트럼프 대통령 집권 기간 미국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글로벌 시장은 상당기간 동안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선거기간 동안 들었던 구호의 많은 부분이 구체적으로 실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의 선거기간 중 발언한 내용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극단적인 정책이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비관과 두려움을 과도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 경제 상황과 견제와 균형이 자리잡고 있는 정치 시스템을 감안하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트럼프가 공약한 인프라 투자와 감세 정책 등을 통해 미국이 공고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면, 멕시코와 이머징마켓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 또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트럼프의 당선이 그렇게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유럽과 전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투표결과를 목격한 바 있으며, 미국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특히, 선거일 이전 다수의 여론조사에는 경제적으로 침체된 시골 지역 거주민들의 불만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기업가이며 자칭 해결사인 트럼프는 NAFTA 같은 다자간 무역협정이 아닌 양자간 무역협상을 통해 긍정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변동성 클수록 투자에 장기적 시각 필요]
기업가로서 트럼프는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 편하게 느낄 가능성이 높고,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무역 및 투자협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에게 선거기간 중 논란의 중심부에 있었던 러시아와 새로운 관계와 무역협정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다자간 협정의 전면적이고 엄격한 규칙에 만족하지 못했던 많은 다른 이머징마켓 국가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이 밖에 미국에서 세금 인하 가능성과 기업친화적 환경이 조성되면 미국 기업들이 국내뿐 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특히 높은 성장세의 이머징마켓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노력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건넬 수 있다면, 자유무역과 투자자유화 협정을 전세계 국가들과 체결하도록 더욱 노력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어떤 선거에도 승자와 패자가 있다. 투자 매니저로서의 임무는 이런 충격이 발생한 시기에 어떤 국가와 기업이 살아 남아 크게 부상할 수 있는지를 자세히 살피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물론, 선별적일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머징마켓에 투자해야 하는 매력적인 이유가 여전히 많이 있다. 높은 성장률, 건전한 재정정책, 긍정적인 인구구조 추세 등이다. 미국 선거가 보여주듯이 예상 밖의 상황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오히려 이처럼 시장 변동성이 고조된 시기일수록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이머징마켓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날 단기적인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마크 모비우스템플턴 이머징마켓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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