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국정토론회서 언론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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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지난 2일 장.차관급과 청와대 고위 참모진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차 국정토론회'에서 언론이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다시 강력히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盧대통령은 이날 "어떤 사회든 특권에 의한 횡포가 있어선 안되나 언론은 부당하게 짓밟고, 항의한다고 더 밟고, '맛볼래' 하며 가족을 뒷조사하고, 집중적으로 조진다"며 "이런 횡포는 용납할 수 없고, 이는 정의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盧대통령은 "적어도 한 나라의 국회의원쯤 되는 사람들이 이 횡포 앞에 무력하게 굴복하고, 타협한다면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며 "(장관들도) 이 횡포에 맞설 용기가 없거나, '좋은 게 좋다'고 하려면 중간에 그만두라"고 말했다.

또 盧대통령은 "언론이 공정한 의제(선정), 정확한 정보, 냉정한 논리를 통한 '공론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언론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빚어져도 감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盧대통령은 "언론들이 부정한 방법에 의해 경쟁을 하고 있으면서 시민의 선택에 맡기라고 한다"고 주장한 뒤 "신문은 상품의 품질에 의해서만 평가돼야 하며, 이미 법이 있으므로, 엄격하고 단호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盧대통령은 특히 "비논리적 기사가 나오면 다퉈야 하고, 평가성 기사라도 논박하고 법적 대응을 하는 게 가능하다"면서 "매우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기사는 민사소송을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전문기관과 예산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盧대통령은 "(언론사) 편집권과 인사권, 지배구조 문제의 개선은 어떤 정부에도 너무 벅찬 일이어서 보류할 수밖에 없다"며 "언론과 시민사회가 하도록 기다리고, 시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있으므로 정부가 나서지 않는 게 좋겠다고 지금까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례없이 강도가 높았던 盧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향후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해 전면적으로 언론개혁을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진(朴振)대변인은 3일 "대통령이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한 듯하다"며 "엉뚱한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언론의 비판을 탄압하고 원천봉쇄한다면 역사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朴대변인은 "대통령과 집권당은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뼈를 깎는 자성으로 새출발해야 한다"며 "언론탄압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정치.언론학계에선 盧대통령의 언급이 언론의 고유 기능인 의제 설정과 비판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강민석.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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