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즈의원의 4박5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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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주 미하원아·소위원장 「스티븐·솔라즈」의원(민·뉴욕주)이 서울에 왔었다. 그는 『한국정부가 개헌논의를 유보시킨 결정에 실망했다』 『올림픽후 여야대화까지 2년이란 기간은 기다리기에 너무 길다』는 등으로 한국국내정치문제에 관한 견해를 서슴없이 털어놓고 돌아갔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애증」이 엇갈릴수 있고 내정간섭의 여부논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문체들을 떠나 그의 짧은 방한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왕성한 활동력이다. 4박5일간 그는 각방면에 폭넓은 접촉을 벌였다. 대통령을 비롯해 노신영총리, 노태우민정당대표, 정호용내무·이기백국방장관, 박세직올림픽조직위원장등 정부·여당사람을 두루 만났다. 야당의 김대중·김영삼씨, 이민우신민당총재, 이만섭국민당총재, 그리고 소장파 의원 다수도 접촉했다.
김수환추기경, 주요 신문사간부, 각대학신문 학생편집장등 종교인·언론인·학생들과 기업인들까지 만났다. 잘 보이지않는 인사도 조용히 만났다고 한다.
이같이 폭넓은 면담이 가능했던 것은 그 자신 정력적이기도 하지만 한국인사에 대한 접근이 쉬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긴 우리가 외국인사에 대해 「비굴할 정도」로 과도문호개방적이란 비판도 없는것은 아니다. 그러나 관심의 대상은 이것이 아니라 남의 나라 의원들의 활동 자세다.
여러 제약도 있고, 사람에따라 예외도 있지만 우리 의원이 가령 미국이나 기타 외국에 가면 어떤가. 오죽하면 「외유」라는 용어가 사용돼왔겠는가. 부끄러운일 생기지않고 무사히 돌아오는 것만도 「성공적」으로 분류되던 것이 바로 얼마전까지 우리 의원의 해외「활동」이었다. 국내에서라도 의사당 문을 열어놓고 국정과 선거구 일을 열심히 해준다면 얘기는 다르다.
미하원 자료를 보면 의원의 하루평균 활동시간은 11시간18분이다. 본회의 2시간53분, 의원회 1시간24분, 의사당사무실작업 3시간19분, 당내회의등 워싱턴지역활동 2시간2분, 기타 1시간40분등.
소위가 1백50여개로 늘어 더 바빠지고 있다. 젊은 의원일수록 소위를 중심으로 정치도약을 꿈꾼다. 부지런한 타국의원을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태평양건너 한 미국소위위원장의 정치도약발판이 서울에까지 연장되고 있는 현실엔 착잡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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