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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비박계 배신했다” 안철수 “새누리 칼 쥔 듯 행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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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야 3당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만나 대통령 탄핵안을 오는 9일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왼쪽부터 박지원 국민의당,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회동에 배석한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비박계 세력 역시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탄핵에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야 3당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만나 대통령 탄핵안을 오는 9일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왼쪽부터 박지원 국민의당,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회동에 배석한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비박계 세력 역시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탄핵에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을 정할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활시위를 떠났다. 야권이 171명의 서명을 받아 탄핵안을 발의하면서다. 탄핵안이 8일 본회의에 보고되면 72시간 내에 표결해야 한다. 야권은 D데이를 9일로 정했다.

2일 탄핵 무산 뒤 일제히 여권 비난
추미애 “비박, 친박 굴레에 갇혀”
박지원 “항의 문자 2만 통 받았다”
야권, 퇴진 선언과 무관하게 탄핵

탄핵안에는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최순실씨 등이 국무회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한 점(헌법상 대의민주주의 위반) ▶최씨 등의 인사 개입(헌법상 직업공무원제 위반) ▶기업에 금품을 강요한 점(헌법상 국민의 재산권 보장과 시장경제 질서 위반, 헌법 수호 의무 위반) 등을 적시했다. 특히 세월호 사고에 대한 대응 실패도 국민 생명권 보장(헌법 10조) 위반으로 봤다. 박 대통령이 위반했다고 적시한 헌법 조항만 11개였다.

탄핵안은 또 롯데의 미르재단 추가 출연금 70억원 등 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중 360억원을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 행위(뇌물을 제3자에게 전달했더라도 일반 뇌물죄와 같이 처벌한다는 내용)로 적시했다. 재단 출연금 등을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뇌물로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전날 탄핵안 처리를 놓고 혼선을 빚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요구한 ‘탄핵안 2일 처리’에 반대했던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하루 종일 사과했다. 그는 비상대책회의와 원내대표 회동, 의원총회에서 잇따라 “국민의당이 조금만 잘했으면 이런 일(2일 탄핵안 처리 불발)이 있었을까 하는 점에서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2일 처리 무산에 대한 항의 문자를 2만 통 받았다”고 했다. 정동영 의원도 의원총회에서 “어제의 실책은 너무 뼈아프다. 호남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선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비박계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이날 비박계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7일 오후 6시까지 퇴진시점을 명확히 표명하면 탄핵 추진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그렇게 당하고도 친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비박의 결정에 인간적 연민마저 느껴진다”고 했다. 야권은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밝히는 것과 무관하게 탄핵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선명성 경쟁을 벌였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국회 앞에서 연설회를 하고 “오늘(2일) 탄핵이 무산됐다”며 “탄핵에 참여한다고 약속했던 비박계 의원의 배신 때문이고, 그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일부 야당의 반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선 “이재명 성남시장은 시원한 사이다 같지만 탄산음료는 금방 목이 또 마르고 밥은 아니지 않으냐”며 “나는 배가 든든한 고구마”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 즉시 중단 ▶국회 추천 총리에게 전권 위임 ▶조건 없는 퇴진 등을 담은 ‘대통령 퇴진 촉구결의안’을 제출했다. 안 전 대표는 결의안에 “새누리당이 탄핵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듯 행세하는 모습을 더 이상 참기 어렵다. 탄핵 표결 이전에 퇴진 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탄핵안 부결 시 의원직을 사퇴할 뜻까지 밝혔다. 홍영표 의원은 본지에 “탄핵에 실패하면 당장 국회 해산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의원직에 연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3일 광화문의 촛불 민심을 확인한 뒤 9일 표결을 앞두고는 상당수가 공개적으로 의원직을 건다고 선언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반면 박 대통령이 명확한 퇴진 날짜를 천명할 경우 비박은 물론 야권까지 균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의원은 “박 대통령의 퇴진 선언 후 탄핵을 추진하다간 퇴로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강태화·안효성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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