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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나눌 시간이 없다"|YWCA연, 가정문제 심포지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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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 가정을 위기로 몰아넣는 주범은 무엇인가.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갖지 못하도록 첫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자녀들을 학교에 붙잡아 놓는 현행 입시제도와 아버지들을 일로 묶어버리는 기업주들이 「가정평화 파괴범」으로 지적됐다.
14일 하오 대한YWCA연합회가 「사회변화에 따른 가정의 평화」를 주제로 마련한 가정문제 심포지엄 참가자는 Y회원과 대학생 및 여성단체 관계자등 50여명.
자녀의 입장을 피력한 Y틴 회원 여고생들은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공부와 씨름하고 집에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 무조건 짜증을 부리게 된다』며 도대체 단란한 대화를 나눌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YWCA 이주영 이사는 부모의 입장을 대변. 3남매의 대학입시 뒷바라지를 마치고도 아직 고2짜리 자녀가 있어 「비상사태」라는 이이사는 온가족이 외식이나 여행을 즐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자녀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가족끼리의 갈등과 불행도 커지는 것을 실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대 이동원교수는 『온 가족이 정서적 안정과 만족을 얻을 수 있어서 한시바삐 돌아가고 싶어하게 만드는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은 과연 열마나 될까』라고 반문한다.
평화로운 가족관계가 거의 저절로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과거와는 달리 사회변화가 급격한 현대사회에서는 가족구성원들 서로의 각별한 노력이 있어야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녀는 입시공부, 아버지는 직장일에만 각각 매달릴 경우 혼자서 평화로운 가정을 지키고자 안간힘을 쓰던 어머니마저 「자아발견」을 외치며 사회활동에만 몰두하게 되면 「빈 조개껍질 가족」내지 사회적 위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쉽사리 흔들리는 「위기경향적 가족」이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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