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충분 vs 적자 우려…광양만권 광역 교통망 찬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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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광양만을 품고 있는 전남 광양시와 여수·순천시는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이다. 순천 시민들은 대기업이 몰려 있는 여수나 광양으로 출퇴근을 한다. 3개 지역을 오가는 직장인들의 출장도 잦다. 여수·광양 시민들은 문화·상업시설이 상대적으로 많은 순천을 수시로 찾아 여가 생활을 하기도 한다.

시민 76%가 광역버스 도입 찬성
버스업계는 47%가 환승할인 반대
내년 상반기 도입 여부 결정 방침

하지만 총 72만7000여 명이 거주하는 광양만권을 모두 연결하는 광역 교통망이 없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광역교통망에 대한 필요성과 수요예측을 한 용역 결과가 나와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

광양시는 “지난 28일 시청에서 ‘광양만권 광역교통망 타당성 용역’ 최종 보고회 개최 결과 설문조사에 참여한 광양만권 주민 76.1%가 광역시내버스 도입에 찬성했다”고 29일 밝혔다. 광양·여수·순천시가 공동으로 전남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용역 결과다.

산학협력단은 이번 용역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자인 광양만권 3개 시민 52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 결과 52.8%가 ‘주 1~2회는 상대 지역을 오간다’고 응답했다. ‘3~4회’라는 응답도 16.7%나 됐다. 목적은 등·하교 19.9%, 여가·위락 18.5%, 출퇴근 17.0% 등 순이었다.

하지만 버스 업체와 운전자의 생각은 이용자와 차이가 있었다. 광역환승할인제 도입 문제에 47.1%가 반대했다. 찬성은 38.1%에 그쳤다. 택시 업체와 운전자의 입장도 비슷했다. 광역미터제를 두고 68.1%가 반대 입장을 보였고 찬성은 23%에 불과했다. 버스·택시 업계의 이같은 설문 결과는 영업 적자 및 타 지역 택시와의 경쟁·마찰 등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산학협력단은 서울·경기·인천 광역버스나 경북 경산·청도 광역버스의 사례를 들어 광양만권 3개 시에도 광역교통망이 도입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여수~순천 광역버스가 예상 운송 수입과 연료비,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연간 2억7000만원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 것과 비교해 순천~광양 구간은 연간 3억3000만원대, 광양~여수 구간은 연간 5억1000만원대 적자가 우려됐다. 이에 따라 광역버스를 도입하지 못할 경우 시내버스를 타고 지역을 이동하면 요금을 할인해주는 광역환승할인 제도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앞서 이달 중순 여수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광양만권 3개 시가 연대 또는 통합하면 2030년까지 10~14조원의 추가적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남대 최창호 교수는 “3개 시가 경쟁력 있는 산업에 대한 재정적인 연대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하면 동반성장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최 교수는 “도시통합의 경제적 효과에서 행정비용 절감 효과가 크고 도시기반 시설 운영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3개 지자체는 이번 용역 결과와 심포지엄 발표 내용 등을 토대로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광역 교통망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들 지자체는 2014년 10월 광역교통망 구축 실무추진단을 구성한 이후 교통망 도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용자와 업계간·지역간 이해관계가 달라서 실제 도입까지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여수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수요와 경제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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