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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드와 박근혜의 공통점 지지율…4%, 그리고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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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난 박근혜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두 정상은 현재 각국에서 역대 최저 대통령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파리=김성룡 기자]

지난 6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양국은) 21세기 포괄적 동반자이자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며 교류 확대를 약속했던 두 대통령은 다섯달이 지난 현재 역대 최저 지지율 기록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는 파트너가 됐다. 대통령의 기밀유출 의혹과 정치권의 탄핵 정국 그리고 검찰이 대통령 수사에 나선 모습도 양국이 비슷하다.

취임 후 최고 64.7%(2014년 4월)까지 기록했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25일 여론조사기관 갤럽 발표에서 4%까지 추락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달 넘게 5%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일간 르몽드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를 기록한 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최저 지지율로 일간 데일리메일은 그를 ‘Mr.4%’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두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 원인은 기밀 유출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지난달 르몽드 기자들이 출간한 대담집 『대통령이 이걸 말하면 안 되는데』에 올랑드 대통령이 국가 기밀을 누설하고 같은 사회당 동료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어 논란이 촉발됐다. 야당인 공화당은 즉각 반발했고 지난 7일 피에르 를루슈 공화당 의원이 헌법 68조를 근거로 의회에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23일 하원에서 진행된 탄핵 절차 가부 투표에서 중단의견이 더 많아 결국 탄핵안은 부결됐다. 하원에는 집권 사회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프랑스 검찰은 지난 22일 올랑드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 계획 등 국가기밀을 유출했는지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청와대 문건이 담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PC가 보도되면서 지지율이 수직하락했다.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 시위가 매주 열리고 있지만 세 차례의 짧은 담화문 외에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던 검찰은 20일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지정하며 수사에 나섰지만 박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박 대통령은 29일 3차 담화문을 통해 “퇴진 여부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밝혔지만 야권은 “박 대통령의 입장이 모호하다”며 탄핵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진석 새누리당 대표가 사실상 하야 선언이 나왔다며 탄핵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어 탄핵 정국은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또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으로 여권이 내홍을 겪는 모습도 비슷하다. 28일 일간 가디언은 사회당이 당내 파벌 싸움으로 분열 위기까지 치달았다고 보도했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27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올랑드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라며 경선에 나설 것을 시사해 사회당을 발칵 뒤집어놨다. 그러나 스테판 르 폴 정부 대변인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과 총리가 경선을 벌일 순 없다”고 못박으면서 발스 총리는 28일 입장을 번복하고 올랑드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당장의 불은 껐지만 내년 4월 있을 대선에서 승기를 잡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의 지지율과 사분오열된 당이 발목을 잡는데 이어 27일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하게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회당을 탈당하고 좌파당의 대선 후보로 나선 장 뤽 멜랑숑도 사회당 지지층의 일부를 가져갈 수 있다. 거취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올랑드 대통령은 다음 달에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힐 예정이지만 재선에 나서더라도 실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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