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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의원 숫자듣고 이총재 낙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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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구국투쟁 전개">
○…신당추진파들은 9일 창당발기인 대회 및 준비위원회결성까지 완료하겠다던 당초의 방침을 바꿔 발기인대회를 오는 13일로 미루고 이날은 김영삼를 위원장으로 하는 창당당비위만을 구성.
이 같은 변경은 당초 창당작업을 속전속결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바꿔 양계파가 『국민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발기인대회도 졸속히 치르기보다 보다 규모있게 치르자』고 합의함에 따라 급히 이루어진 것.
김당비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새로운 당의 출현은 공작·매수·회유가 민주주의를 말살시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며 국민에겐 희망과 용기를 준 것』이라고 신당창당의 의미를 부여.
김위원장은 『앞으로 신당은 명실공히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현정권의 공작정보정치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김대중씨와 나, 동참한 의원들은 모두 사심을 버리고 단합해 나가자』 고 역설.
김위원장은 당비위구성이 끝난 후 잠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러한 자리에 서게된 것은 어떤 의미에선 하느님의 섭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것은 하느님께 맡겨 일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
당비위는 또 결의문읕 채택, 『야당과 민주세력의 파괴를 정부 맡은 권력의 하수인들을 척결·배제하고 전열을 강화해 새로운 차원의 민주구국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 고 신당창당에 따른 각오를 다짐. 당비위는 양계파 9인씩으로 구성되는 실무소위를 별도로 구성, 창당준비에 따른 작업에 돌입.

<재설득에 탈당 번복>
○…신민당을 탈당한 동교·상도동의원들은 9일 외교구락부에서 조찬간담회를 가진 것을 시발로 신당창당작업에 본격 착수.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의원들은 발기인 승낙서·교섭단체탈퇴서·교섭단체입회원서를 작성한 후 목요상의원으로부터 『지구당 해산 신고전까지는 탈당계를 소속지구당에 접수시키지 말라』 는 요지의 지구당해산에 따른 유의사항을 듣고 신당(가칭) 창당 주비위결성식이 열리는 민추협으로 향발.
간담회에는 주류측이 8일 신민당을 탈당했다고 주장한 74명의 의원 중 이길범 고한준 송원영 반형식 고재청 김한수 김정길 임춘원 조홍내 박찬종 신재휴 유성환의원 등 12명이 불참.
이길범의원은 지난7일 두 시간 가량 노승환부총재의 설득을 받고 탈당키로 했으나 이날 저녁 김재광씨의 설득을 다시 받고 마음을 돌렸다는 후문인데 이 과정에서 김의원과 눈물을 흘리며 같은 배를 타기로 했다는 것.
고한준의원은 김재광의원과 행동통일을 같이하기로 했다는 얘기고 송원영 반형식 의원은 이기택의원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는 후문.
고재청의원은 유준상의원이 『본인에게 일임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지난7일 동교동계모임인 민권회에서 있은 탈당서명에 애초부터 불참한 것으로 미루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관측.
김정길 임춘원 조홍내의원은 외유중인데 조의원은 일정을 취소, 급거 귀국한다는 것.
부친상중인 박찬종 의원은 외교구락부 모임엔 불참했으나 부산에서 급거 상경, 준비위원회 결성식엔 참가. 신재휴의원은 신병치료중이며 유성환 의원은 수감 중.

<기피인물 서로 달라>
○…신당파들은 신민당잔류파 중에서 신당에 참여하겠다는 사람에게는 모두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했으나 일부는 내부적으로 기피인물로 정해 참여해도 안 받아줄 작정.
기피인들은 이철승 이완돈 이완희 조연하 김옥선 신도환 김재광의원 등 7명.
이들을 선정하는데는 동교·상도동측의 의견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 이철승의원과 이완희 이우돈 의원 등에 대해서는 양목 의견이 같았으나 동교동 측은 조연하의원을 기피자로 찍었고, 상도동 측은 김재광의원을 기피한 눈치.
이밖에 정풍파대표격인 박한상 박해충 의원 등에 대해서도 양쪽 모두 손쓸 생각이 없어서 소극적인 기피인물이 된 셈.

<예상 빗나가 깜짝 놀라>
○…이민우신민당 총재는 탈당의원이라고 발표된 당사자 중 일부가 부인하는 등 아직 정확한 숫자파악이 안되고 있는 것에 일말의 기대를 걸면서 수습책을 모색.
이총재는 7일 저녁 최형우 이중재부총재가 삼양동 자택으로 찾아왔을 때 이들이『동교동은 40여명』 『상도동은 40여명』 이라고 하자 깜짝 놀라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더라는 것.
당초 이총재측은 탈당의원의 숫자가 50명 정도 되지 않겠느냐고 낙관했던 것인데 예상이 크게 빗나갔던 것.
더구나 이기택부총재계까지 빠져나가 사실상 신민당은 해체되는 것과 마찬가지 처지로 빠지게 된 셈.
그러나 탈당의원이라고 발표됐던 이길범 고한전의원 등 8∼10명의 의원들이 탈당사실을 부인하거나 아직 명확한 태도표명을 유보하는 상태기 때문에 잔류의원들의 숫자가 불어날 것이라는데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눈치.
한편 이기택계 5명은 탈당은 하되 신당참여는 유보키로 해 끝까지 눈치보기.

<비주류내부도 이견>
○…신민당의 신도환 박한상 박해충 이완돈 이완배의원 등 비주류5명은 9일 상오시내 C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신민당 수습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참석자가 예상보다 적고 자리에 앉자마자 8일 단독기자회견을 한 이철승의원의「개인플레이」 를 비난하고 나서는 등 비주류 내부에서도 이해가 엇갈리고 있음을 노출.
신의원은 이철승 의원을 겨냥한 듯 『까놓고 말해서 비주류내부에서도 의견합치가 안되고 있는 것은 사실』 이라며 『조연하 김옥선 의원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으나 되지 않아 연락된 사람만 참석했다』 고 이날 회동의 배경을 설명.
이완돈의원은 모임이 끝난 후 두 김씨측이 서명 안한 의원들을 허위로 발표하는가하면 추가로 서명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계보병 때문에 야당이 그 동안 몸살을 겪어왔던 것을 많이 보아왔으므로 당수습 문제는 이총재에게 일임, 고질적인 야당의 병페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표.

<사무실도 줄어들 판>
○…신당 창당파가 곧 김현규의원을 대표의원으로 해 신당이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교섭단체를 등록하게 되면 국회의사당의 사무실도 재조정되어야할 형편.
현재 신민당은 제1야당의 사무실을 쓰고있으나 신당이 제1야당이 되면 위치를 바꿔야할 뿐 아니라 자칫하면 신민당은 사무실조차 없어질 판.
국회사무처 관계자들은 『원칙적으로 교섭단체가 되어야 사무실이 배정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
그러나 민중민주당의 경우 12명으로 교섭단체가 아니지만 2개의 방을 배정받고 있는 선례가 있기 때문에 신당과 신민당의 의원숫자가 정리되는 대로 방배정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류측 의원들의 탈당에 이어 사무처 국·차장들 사이에서도 탈당계 제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들은 민추협· 민헌연 등의 정치인구가신당으로 합류함에 따라 신당에 가더라도 당직확보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경향. 경쟁자가 많은 원외지구당위원장들도 사정이 마찬가지여서 신민당에 주저앉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

<허남진·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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