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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외교관계에 새 불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달 모스크바주재 미대사관의 경비 및 보안책임을 맡고있는 미 해병 대원의 스파이사건이 터진데 이어 이번에는 신축중인 미대사관 건물에 도청장치가 발견되어 미소관계에 미묘한 냉기류가 감돌고 있다.
이 같은 미대사관을 둘러싼 스파이사건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소련에「고르바초프」 체제가 들어선 이후 양국 간에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고「슐츠」미 국무장관이 양국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오는 13일부터 모스크바를 방문하기로 되어있어 이 문제가 양국 외교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유럽의 중거리핵무기 배치문제에서 소련이 이례적으로 양보를 해온데 대해 미국이 한때 이를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다가 다시 회의적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터져 양국관계 분쟁에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레이건」미대통령도 7일 이번의 스파이사건을 양국외상회담에서 최우선 과제로 다툴 것을「슐츠」장관에게 지시하면서 신축대사관건물의 보안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으면 대사관을 옮기지 않을 뿐 아니라 워싱턴 주재소 대사관의 신축 건물로의 이주도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스파이사건의 조사를 위해 모스크바에 가있는 2명의 미 의회 의원들은 대사관 안에서의 대화조차 도청 될까바 한번 쓰면 지워지는 어린이용 낙서판을 이용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 의원들은 신축건물의 도청장치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5∼10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79년부터 짓기 시작한 미대사관 신축건물은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가의 현대 사관 건물 뒤편에 세워지고있는데 도청장치가 발견된 곳은 건물골조의 철강재 안이어서 도청장치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건물을 전부 헐어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다.
당초 이 건물은 72년 양국간에 새로운 대사관 건물을 짓기로 합의한 후 보안문제를 둘러싸고 미국무성과 백악관사이에 논쟁이 벌어져 79년9월에야 착공됐는데 골조의 제작을 소련건설회사에 맡긴 것이 실수였다. 당시 신축건물의 건설은 소련건설회사가 맡고 전기 및 전자시설과 지붕·창문과 승강기만을 미측이 맡기로 했었다.
미대사관건물을 둘러싼 과거의 도청장치사건을 보면 지난 몇 년 미대사관저에 놓여있는 나무 독수리상에서 마이크로폰 장치가 발견되었고 64년에는 대사관 건물벽 보수중 마이크로폰이 발견되었다.
78년에는 지하터널이 건설 중에 있는 것이 발각되었고 85년에는 대사관 안에서 사용하는 전자타이프라이터 안에 도청장치가 발견되어 미소간 외교문제가 된 일이 있다.
심지어 85년에는 소련의 KGB가 미대사관직원들의 활동을 추적하기 위해 화학분말을 대사관주변 공중에 살포해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미대사관직원들에 대한 미인계를 이용한 스파이 사건은 KGB의 전통적인 수법으로 대사관경비 해병대원들에 대한 최근의 미인계는 KGB요원이 대사관 안에까지 침투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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