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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가 제일 잘나가, 만년 2인자의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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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니코 로스베르크가 올시즌 F1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아부다비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가 끝나고 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아내 비비안 시볼드(왼쪽)와 함께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는 로스베르크. [아부다비 AP=뉴시스]

니코 로스베르크가 올시즌 F1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아부다비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가 끝나고 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아내 비비안 시볼드(왼쪽)와 함께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는 로스베르크. [아부다비 AP=뉴시스]

독일의 니코 로스베르크(31)가 2016년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가 됐다. 로스베르크는 28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끝난 포뮬러원(F1) 시즌 마지막 대회인 아부다비 그랑프리에서 소속팀 메르세데스AMG페트로나스의 동료 루이스 해밀턴(31·영국)에 이어 2위로 골인했다. 그러나 그는 랭킹 포인트 18점을 얻어 시즌 누적 385점으로 F1 데뷔 이후 처음으로 월드 챔피언에 등극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 해밀턴은 380점으로 2위에 올랐다.

F1 새로운 챔피언 로스베르크
3차례 챔프 오른 동료 해밀턴과 앙숙
경기 중 일부러 차 들이받던 악동
5점 차로 데뷔 10년 만에 첫 우승

F1은 1년 동안 11개 팀 소속 드라이버들이 전 세계 21개 국을 돌며 그랑프리를 치른 뒤 순위를 가린다. 세 차례 월드 챔피언에 올랐던 해밀턴이 올해도 무난하게 챔피언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로스베르크가 초반 4개 대회를 휩쓰는 동안 해밀턴은 차량 결함 등으로 고전했다. 해밀턴은 시즌 6번째 대회인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뒤 로스베르크를 추격하더니 역전에 성공했다. 위기에서 로스베르크의 저력이 나왔다. 지난 8월 벨기에 그랑프리 이후 3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며 재역전에 성공했다. 해밀턴이 마지막 4개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로스베르크는 2위로 착실히 포인트를 쌓은 끝에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해밀턴은 지난해 연봉과 우승에 따른 보너스, 스폰서십 등으로 4600만 달러(약 538억원)를 벌어들였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해밀턴은 전 세계 스포츠 선수 가운데 11번째로 많은 수입을 올렸다. 로스베르크는 해밀턴의 절반 수준인 2100만 달러(약 245억원)를 벌었다. 하지만 로스베르크는 지난 7월 메르세데스와 2년간 4400만 달러(약 514억원)를 받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영국의 BBC는 “로스베르크가 올해 우승으로 해밀턴(400만 달러)에 버금가는 스폰서십 수익을 올릴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06년 F1에 데뷔한 로스베르크는 그동안 해밀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특히 결승선을 앞두고 유난히 흔들리는 약점을 보였다. 그런 경기가 반복되자 그에게는 ‘유리 멘털’ ‘만년 2인자’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흔들리는 로스베르크를 잡아준 건 그의 아버지였다. 로스베르크의 아버지 케케(68)는 1982년 F1 월드 챔피언 출신이다. 이에 앞서 F1 ‘부자(父子) 챔피언’은 그레이엄(1962·68년)-데이먼(96년) 힐 부자가 유일했다. 케케는 매주 토요일 밤 아들 니코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페달을 꽉 밟아!” “넌 할 수 있어!” 힘들고 외로운 드라이버의 생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버지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으로 아들을 격려했다.

로스베르크와 해밀턴은 어린 시절 함께 카트를 타던 친구였다. 그러나 2013년부터 같은 팀에서 경쟁하는 사이가 되면서 둘의 사이는 멀어졌다. 로스베르크는 레이스 도중 고의로 해밀턴의 차를 들이받기도 했다. 둘이 치열하게 싸울수록 메르세데스팀의 독주 체제가 굳어졌다. 메르세데스팀은 올해 21차례의 그랑프리에서 19번이나 우승했다. 시즌 팀 포인트 765점으로 레드불(468점)을 압도했다. F1은 지난 2014년 친환경 머신을 도입 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엔진 규정을 8기통 2000㏄에서 6기통 1600㏄로 바꿨는데 메르세데스가 재빨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온대호 JTBC3FOX스포츠 해설위원은 “모터스포츠는 ‘차칠인삼(車七人三)’이라는 말이 있다. 승부를 가르는 요소로 차량 성능이 70%, 드라이버의 능력이 30%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차량 이 90% 이상을 좌우한다는 말도 있다. 메르세데스의 독주를 막기 위해 머신 규정의 변경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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