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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 올리면 되레 세수 감소” “소득 불평등 해소 위해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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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법인세율을 올리면 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것이다.”(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조세 부담’ 주제 보수·진보학자 토론회
인상안 국회 표결 앞두고 논리 경쟁
보수 “명목·실효세율 간극 좁혀야”
진보 “가업승계 과도한 세 혜택 안돼”

“세율과 투자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것이 전세계적인 연구 결과다.”(김유찬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대회의실에서 ‘조세 불평등’을 주제로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가 주최한 보수·진보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사진 신인섭 기자]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대회의실에서 ‘조세 불평등’을 주제로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가 주최한 보수·진보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사진 신인섭 기자]

법인세율 인상안이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조세부담 불평등’을 주제로 열린 ‘보수·진보 토론회’에서 법인세율을 둘러싼 보수·진보학자 간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보수 측에서는 전체 조세수입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5%)보다 높은 14%라며 세율 인상은 기업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 측은 지난 30여 년간 이어진 기업으로의 부의 집중이 불평등을 초래했다며 법인세율 인상을 통한 소득 불평등 해소를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가 주최하고 중앙일보·한겨레·중소기업중앙회가 후원했다.

보수·진보 학자들은 현행 조세제도가 부의 불평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원인과 해결책을 두고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먼저 보수진영 발제자로 나선 오문성 교수는 “미국·영국 등 주요국들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속속 법인세율 인하 계획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간극을 좁혀야지, 세율 자체를 올려서는 안 된다. 연구·개발(R&D) 등 필수적인 분야를 제외한 부동산 등 분야의 세액 감면을 철회하고, 재정지출의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내 세법에선 기업의 어음·재해·투자·대손 등 분야마다 다양한 세액 공제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진보 측에선 ‘부의 불평등 해소’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진보 측 발제자인 김유찬 교수는 국가별 세금 자료를 활용해 “1981년 이후 31년간 미국·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 과세표준이 감소한 데 비해 한국은 5배나 불어났다”며 “이는 기업으로 부의 편중이 극심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법인세 비중은 기업 총비용의 1% 정도에 불과하며, 투자여력이 커 정부의 조세지원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보 측 토론자인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당초 1억원 한도로 상속공제를 해주던 가업승계 지원제도의 경우 점차 확대돼 지금은 20년 이상 된 기업은 500억원의 기업재산을 자녀에게 세금 없이 상속할 수 있다”며 “기업과 개인의 상속 과세가 이렇게 차이 나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양측 학자들은 소득세를 두고는 대체로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세수 확대를 위해 재산세·거래세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 측 토론자인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비과세·감세제도로 소득세 명목세율의 누진도가 떨어져 소득재분배 효과가 떨어졌다”며 “부동산세와 부동산 거래세, 순재산세 등 재산·부가소득과 상속·증여세 징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측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도 “조세는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면서, 구조적 재정적자를 해소해야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임대소득과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확대하는 한편, 소득세율 인상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세율인하는 ‘능사가 아니다’라는 지적도 나왔다. 세율을 낮추면 중간소득자가 고소득 세율을, 저소득자가 중간소득자의 세율을 적용 받을 수 있어 조세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수 측 토론자인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율을 낮추면 과표구간이 올라가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세금이 늘어나는 ‘브래킷 크리프(bracket creep)’ 현상이 발생한다”며 “소득 구간을 물가에 연동시키거나, 조세부담의 불평등을 복지지출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조세 개편안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면세자를 축소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의 근로소득자 중 48.1%(2014년 기준)는 과세표준의 적용을 받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소득이 1500만원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연봉 1억원이 넘는 경우는 0.27%, 5000만~1억원도 면세자가 2.8%나 됐다. 부양 식구가 많거나 전년도에 세금을 많이 낸 이들이다. 이런 세액공제를 축소하면 고소득 면세자를 줄일 수는 있지만, 저소득 면세자에게도 세금 부담이 발생한다.

오 교수는 “세액 공제 시행 이후 전체 납세자 중 절반이 면세자가 됐으며, 고소득 면세자도 적지 않게 늘었다”며 “조세제도의 신뢰와 형평을 구하려면 면세자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글=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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