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권위지의 조건은 "정치적 독립"과 "경제적 안정"|유재천교수가 꼽는 『세계의 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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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엘리트 신문이란 어떤 신문일까. 고급지(quality paper) 혹은 권위지(prestige paper)로도 불리는 엘리트 신문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7일 「신문의 날」을 맞아 최근 한국언론연구원이 펴낸 『세계의 신문』중 서강대 유재천교수가 쓴 논문 「세계의 엘리트 신문」을 통해 세계각국 엘리트 신문들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학계나 언론계에서 이른바 「엘리트 신문」의 조건으로 꼽는 특성들은 일반적으로 ▲정치적 독립성과 경제적 안정성 유지 ▲지적이고 정확한 표현력을 지닌 제작진 ▲사설 등의 「의견」 강조 ▲깊이있는 보도자세와 풍부한 해설 ▲기사작성 및 편집의 선정주의 배격 ▲양질의 활자·인쇄 및 품위있는 편집 ▲교육수준이 높은 지성인 독자 확보 ▲국내외 여론지도자들에 대한 영향력 등이며 판매부수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엘리트 신문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언론자유」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821년 창간된 영국의 더 가디언지는 발행부수는 40만부밖에 안되지만 진보적인 자유주의 사상과 사회개혁의 대변자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양심」이라고 존경받는 이 신문은 선정주의와 피상적 보도를 일체 배격하고 전국적인 관심사가 아닌한 지방뉴스를 싣지 않는다. 또한 의견기사를 강조해 2페이지에 걸쳐 사설을 싣고 있으며 매주 일요일마다 1주일간 실렸던 기사중 가장 좋은것들만 정선해 일요판을 발행하고 있다.
같은 영국신문인 1785년 창간의 더 타임즈지는 신문의 생명을 「기록성」에 둔다. 중산층 이상의 고급독자가 대다수이며 국제인명사전에 나오는 유럽 유명인사의 30%가 구독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 타임즈지는 『보다 많은 뉴스』라는 슬로건아래 요일마다 대형특집을 꾸민다. 「제임즈·레스턴」 등의 저널리스트를 배출하기도 한 이 신문은 특히 거대한 해외취재망(23개의 해외지국)을 갖고 있으며 국제보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쌍벽을 이루는 워싱턴 포스트지는 특종을 통해 성장한 신문. 미국의 월남전 참전속셈, 워터게이트 스캔들, 「애그뉴」 부통령 뇌물수수사건, 한국의 박동선사건 등 유능한 기자들을 통해 숱한 대형특종을 건져 올리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용기 때문에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세계에서 가장 지성적 신문. 선정주의는 단호히 배격, 사진과 그림까지도 거의 싣지 않는다. 품의와 통찰력을 생명으로 하며 대통령이나 장관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여론선도지다. 특히 「신문의 독립성」을 위해 주식의 절반정도를 기자조합 및 일반사원들이 갖고 있다.
독일의 디 벨트지는 쉽고 빨리 읽을 수 있도록 제작된다. 문체는 명쾌하며 흥미있는 부분은 짙은 활자로 인쇄한다. 우익지를 대변, 미국의 월남전 개입을 열렬히 지지하기도 했다.
1천3백만부라는 엄청난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일본 아사히(조일)신문도 선정주의를 배격, 정보위주의 진실보도에 주력한다. 광고조차 품의를 요구한다. 일본내 3백개의 지국을 갖고 있고 해외 23개 도시에 특파원을 상주시키는 등 철저한 탐색보도를 추구, 록히드사건 등을 파헤치기도 했다. <기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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