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배우러 싱가포르 간 北 인사들…"영어 못하고 시장경제 지식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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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 인사들이 지난해 스타트업(신생벤처) 육성 관련 지식을 전수받기 위해 싱가포르의 창업보육센터(BASH)를 체험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싱가포르 정부 산하 국영 벤처캐피털인 인포콤 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23일 현지를 방문한 외교부 출입 기자단에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북한 인사 4명이 스타트업 전반에 대해 배우고 갔다”고 전했다. 이들은 북한 국가과학원 소속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북한에 경제 특구가 있으니 배우러 온 것 같다. 배우려는 의지와 기술 학습 능력이 뛰어났다”면서도 “하지만 영어를 못해서 언어장벽이 있었고, 시장경제 관련 소통 부족으로 뭐가 필요하고 어떻게 적용해야할지 몰라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서 더 많은 소비자를 보고 느끼고 간 것은 북한에게도 변화”라면서다.

BASH는 인포콤 인베스트먼트가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다. ‘여기서 엄청난 스타트업을 해내자’(Build Amazing Startups Here)는 뜻이다. BASH에선 창업을 원하는 이들이 팀을 꾸려 최소 3개월 이상 공간 지원, 멘토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알렉스 린 인포콤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BASH에서 취재진을 만나 “기술 개발을 하고 나서 사업을 시작하니 성공률이 2~8% 밖에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먼저 시장의 요구를 파악한 뒤 스타트업을 발굴해내는 전략을 적용했다”며 “ 2년간 300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했는데 190개 정도가 이제 안착해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소개했다.

북한 인사들은 특정 기술이나 사업 아이템을 갖고 스타트업 팀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라 BASH가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하고 이렇게 육성된 스타트업들이 시장으로 진출하는 전과정을 학습했다고 한다. 인포콤 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싱가포르에 왔던 북한 인사들이 돌아가서 무엇을 하는지는 모른다”고 설명했다.

서울=유지혜 기자, 싱가포르=외교부 공동취재단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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