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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찰위성 5기, 북한 미사일 꼼꼼하게 파악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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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서 국내 법적 절차가 완료됐다. 23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서명하면 협정이 발효된다. 이로써 1989년부터 추진된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27년 만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정보보호협정은 국가 간 군사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군사정보의 전달·보관·파기·복제·공개 등에 관한 절차를 규정한다. 이 협정의 체결 없이 군사정보를 교환하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미국 위성, 한반도 지날 때만 수집
일본 해상초계기 77대, 잠수함 등
북 개발 중인 SLBM 대응 기여 전망

양국이 우선적으로 교환할 정보는 북한 핵과 미사일 분야다. 국방부 박철균 국제정책차장은 “한·미·일 정보보호협정에 따라 최근 미국을 경유해 제공받은 일본의 북한 스커드-ER 미사일 분석정보가 매우 유익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보유한 정찰위성 5기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동향 수집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정찰위성은 한반도 상공을 하루 2∼3차례 정도 지나가기 때문에 북한 탄도미사일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이번 정보보호협정은 북한이 개발 중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응에도 효과적이다. 북한이 경북 성주에 배치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요격 범위를 피해 SLBM을 발사하려면 독도 인근까지 잠수함을 내려보내야 한다. 그럴 경우 일본의 해상초계기(P-3C) 77대와 잠수함 등에 탐지될 가능성이 크다.

군 당국은 이번 협정이 북한군의 신호정보 수집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군의 무력 도발 등 군사 행동 전에 통신장비나 레이더에서 나오는 신호정보는 남한보다 일본에서 더 잘 잡힌다고 한다. 북한의 신호정보가 장애물이 없는 동해를 거쳐 곧바로 일본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신호정보는 군사장비마다 고유한 파장을 갖고 있어 북한군 부대 위치와 종류를 파악하는 데도 요긴하다.

일본의 휴민트(인적정보)도 북한 정세 판단에 유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조총련을 통해 북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평양에 교도통신 지국을 두고 있다. 한국도 탈북자 등을 통해 일본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장광일 전 국방정책실장은 “한·일 정보보호협정으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기 쉬워졌다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라며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영역에 진입하기 위해선 한국 정부의 허가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선 정보보호협정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대통령이 외치와 내치 모두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데 협정 재가 판단이 가능하겠느냐”고 따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대통령이 탄핵, 퇴진을 앞두고 국회와 전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소속인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한국군 독자 능력으로 군사정보를 다 수집할 수 있다면 왜 협정을 맺겠느냐”고 반박했다.

◆독도방어훈련 연기

해군이 23~24일 실시하려던 독도방어훈련을 지난 17일 연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군 관계자는 “이번 주 기상이 안 좋을 것으로 사전 관측됐고, 대북 대비 태세에 집중하기 위해 독도방어훈련을 12월 중순으로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일 양국이 23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서명을 앞두고 있어 이를 의식해 훈련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독도방어훈련은 86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됐으며 구축함·초계함·호위함이 총출동해 일본 등 외부 세력의 침공에 대비한 방어훈련으로 실시됐다. 일본은 독도방어훈련이 있을 때마다 항의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해 왔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독도방어훈련 연기는 해군이 자체적으로 판단한 사안이며 일본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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