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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필요하지만…면세자 줄이고 예산 아끼는 게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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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건전재정포럼 정책토론회가 20일 서울 명동 은행 연합회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병우 건전재정포럼 운영위원장, 최용선 전 서울시립대 세제전문대학원장, 허용석 삼일회계법인 고문.

건전재정포럼 정책토론회가 20일 서울 명동 은행 연합회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병우 건전재정포럼 운영위원장, 최용선 전 서울시립대 세제전문대학원장, 허용석 삼일회계법인 고문.

“자연적인 세수 증대만으로는 늘어나는 복지 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

건전재정포럼 세법 개정 토론회
“법인세 인상, 세수 기반 축소 우려
소득세 올리려면 전 계층 동시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건전재정포럼 정책토론회에서다. ‘2017년 세법개정, 국회에 바란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보장지출이 2015년엔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이지만 2060년엔 25%로 급증한다”며 “예정된 지출을 감당하려면 GDP 대비 국민부담률 또한 같은 기간 24.5%에서 39.4%로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부담률은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합한 것이다. 안 연구위원은 “39.4%가 되려면 지금부터 매년 국민부담률이 0.2~0.4%포인트씩 증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초고속성장을 이어온 지난 40년 간 국민부담률은 연 평균 0.3%포인트씩 늘었다. 저성장기 초입에 진입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증가율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빠르게 늘어나는 사회보장 지출을 감안하면 세금을 많이 걷든, 사회보험료를 더 받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안 연구위원은 증세의 당위성을 언급하면서도 지출 구조조정이 먼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계와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그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안 연구위원은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단기적으로는 세수가 늘지만 장기적으로 세수 기반이 축소된다는 점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소득세 역시 최고세율 인상만으로는 실질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면세자 축소,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세수 확대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소득세율을 올리려면 소득과 무관하게 전 계층에서 동시에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소득 수준이 같아도 실효세율 격차가 크고, 연 소득 5000만~8000만원 정도인 중산층에서도 면세자가 많다. 이런 점을 개선하지 않고 정치권이 최고세율 개편만 주장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토론자들 역시 대체로 증세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최용석 전 서울시립대 세제전문대학원장은 “중장기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당장의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의 투자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고, 인상분이 소비자와 근로자에 전가되는 부작용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용석 삼일회계법인 고문은 “정부는 예산을 아껴서 잘 쓰고 있다지만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어디에 어떻게 지출하고 있는지 더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내 돈처럼 아껴 쓰고 있구나’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탈세를 차단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무상시리즈를 비롯해 복지 혜택은 늘었는데 세금을 더 내자는 주장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정치권이 복지 따로, 세금 따로 필요에 따라 이용하기 때문”이라며 “늘어나는 세수를 정확히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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