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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하야이벤트… 전국 곳곳서 '하야하면 술 무료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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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야 이벤트 ......  홍보성 이색 분노 표출법   22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비즈니스호텔이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는 당일 숙박요금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려 있다. 송봉근 기자

22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비즈니스호텔이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는 당일 숙박요금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려 있다. 송봉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형태의 ‘박근혜 하야 이벤트’까지 등장했다. 전국 곳곳의 음식점과 숙박업소에서 박 대통령이 그만두면 객실이나 술·음식 등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카페에는 ‘하야빵’ 상품까지 등장했다.

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호텔은 지난 18일 ‘하야 당일 모든 객실 무료’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호텔 벽면에는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현수막도 붙였다. 이 호텔 사장 이모씨는 “바빠서 촛불집회에는 못나가지만 대통령이 즉각 그만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숙박요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 호텔의 객실요금은 7만~9만원이다.

부산시 금정구 부산대 앞의 카페  ‘금빛물고기’는 하야 당일에 한해 모든 음식과 음료를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 이 카페에서는 돈가스 1만원, 생과일주스 5000원, 커피 1000원에 판다.  2011년 문을 연 이 카페는 하루 2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인 임정숙(51·여)씨는 “대통령이 그만 두는 날은 온 국민의 축제일이 될 것이며, 축제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야 일에 일손이 달리면 아르바이트생을 써서라도 손님을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시 서구 서대신동에는 한 업체가 ‘박 대통령 퇴진 때까지 폐쇄회로TV(CCTV)를 5만원의 싼 값에 설치해주겠다’는 현수막을 걸었다. 부산서면의 한 주점은 대형 전광판에 ‘이게 나라냐’, ‘즉각 퇴진’문구를 내보내고 있다.

울산시 남구 달동의 한 조개구이집은 지난 3일 대통령 하야 같은 특단의 조치가 날 때까지 술을 원가에 팔겠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가게 대표 김영섭(43)씨는 “술 한 잔 할 때마다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정부의 행태를 기억하자는 뜻에서 현수막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사가 안돼 직원까지 내보내는 마당에 오죽하면 이렇게 하겠느냐”며 “포크레인이라도 몰고 청와대로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 대표인 조성훈(46)씨는 “손님들이 일부러 현금으로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안 받거나 응원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며 “하야할 때까지 현수막을 붙여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유성구 지족동의 한 음식점은 최근 ‘박 대통령 하야일부터 사흘간 소주를 무제한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밤 장사 하느라 촛불집회에 참석을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청와대, 국정원, 검찰 간부 입장사절’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대전시 유성구 지족동의 한 음식점에 `박근혜 대통령 하야일부터 3일간 소주 무제한 무료제공 하겠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방현 기자

대전시 유성구 지족동의 한 음식점에 `박근혜 대통령 하야일부터 3일간 소주 무제한 무료제공 하겠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방현 기자

이 음식점 신상호(47) 대표는 “손님들도 박 대통령이 그만 둬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고, 저도 같은 생각이라서 현수막을 걸었다”며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박 대통령이 물러나고 현 정권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하야일부터 3일간 소주를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날짜를 정해 소주를 무제한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주민 서용석(49)씨는 “박 대통령이 그만두는 날 이 집을 반드시 찾아 소주를 마시겠다”고 말했다.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인근에 있는 카페 ‘보레브’는 지난 21일부터 색다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사장님의 영원을 담은 하야빵'과 '순시리 깜빵'이 그것이다.

하야빵에는 '라임'을 넣었다. 차움병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한 가명인 '길라임'을 빗댄 것이다. 순시리 깜빵에는 콩을 듬뿍 넣었다. 감옥에서 먹는다는 '콩밥'에서 착안했다. 이들 빵의 가격은 1700원으로 이 카페에서 파는 빵 가운데 가장 싸다.

인천 남동구의 한 카페에 등장한 `하야빵`과 `순시리 깜빵` 최모란 기자

인천 남동구의 한 카페에 등장한 `하야빵`과 `순시리 깜빵` 최모란 기자

인천 남동구의 한 카페에 등장한 `하야빵`과 `순시리 깜빵` 최모란 기자

인천 남동구의 한 카페에 등장한 `하야빵`과 `순시리 깜빵` 최모란 기자

이 카페 김형표(42) 대표는 "생업에 종사하면서 박 대통령 퇴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런 빵을 만들었다”며 "이걸 장사속으로 사용하기 보단 다른 손님들에게 현 시국의 문제를 알리자는 차원에서 팔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덕진동의 한 커피숍에선 신용카드 영수증에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문구를 새겼다. 영수증 하단부에는 '아, 이게 무엇이길래 이렇게 허탈한지. (중략) 그런데 정유라는? 그런데 최순실은? 그런데 박ㄹ혜는?'이라는 문구가 찍혀 있다.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문맥상 박 대통령의 하야에 힘을 싣는 내용이다.

부산·울산·대전·인천·전주=황선윤·김방현·최모란·최은경·김준희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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