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고비로 치닫는 「신민내분」|노선대립·이 의원징계 정상회의 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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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의 당내분규는 17일정무회의에서 개헌노선을 둘러싼 주류·비주류의 격론으로 마지막 고비가 임박한 느낌이다.
비주류측은 두김씨의 당운영방법을 비판하고, 주류측은 개헌노선 투쟁으로 몰아갈 작정인데 앞으로 이철승의원 징계문제가 번지게 되면 당내분규가 수습불능의 사태로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내각제소신 안굽혀>
이의원의 징계문제를 본격 거론한 신민당정무회의는 주류·비주류·중도의 각계파가 별도 대책모임을 갖고 회의에 임하는등 초반부터 팽팽한 분위기.
다음은 정무회의 발언요지.
△이총재=이의원이 출국전 기자회견을 통해 시국수습안을 밝힌것이 많은 문제를 야기해 확대간부회의와 정무회의는 이의원을 징계키로 결정하고 당기위에 제소했으나 최종 처리는 그의 소명을 듣고 난 뒤 하기로 했다.
△이의원=나는 제헌의회에 입후보한 이래 당을 한번도 옮겨보지 않은 사람이다. 또 갖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며 이당을 창당한 사람이다.
나는 작년에도 나라의 형편이 위기에 처해있어 시국수습안읕 발표했고 이번에도 같은 취지였다. 그러나 나는 많은 수모를 당하면서 개헌현판식을 하는등 비록 두김씨로부터 소외 받아도 당을 따랐다. 우리는 현재 꿩도 매도 다 놓치고 있다.
시간이 없다. 개헌과 민주화는 언제 하느냐. 이총재의 7개항을 신민당이 왜 안받아들이는지 미국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하더라. 국내에 들어와 보니 이총재와 내가 엄청난 돈을 먹었다고 전단이 돌고 수많은 협박전화가 오기도 했다.
이총재에게 재갈을 물리고 운신못하도록 하더니 이제는 그를 인민재판식으로 몰아세워서야 될말인가. 나는 시국 수습안을 전당대회에서 관철키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나는 당이 정상화될때 내소신이 정당한가 아닌가를 따지기로 하겠다.(퇴장)
△이총재=이의원의 얘기를 들으니 해명이나 사과없이 두김씨만 성토하고 나갔는데 나도 불쾌하기 짝이 없다. 당기위 처리방침을 말해달라.
△서석재의원=이의원의 안은 시국수습안이 아니라 당론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그런데도 반성은 커녕 자기의 주장을 재강조, 되풀이 했다. 중징계 해야된다.
△송원영의원=정치 단체는 자유롭게 토론해야 된다. 과거 월남파병 때, 한일회담 반대 때도 당론과 반대되는 주장을 한 예가 얼마든지 있었다. 국회에서의 표결 때 당론과 배치되는 행위라면 징계를 해도 늦지 않다.
△허경만의원=민주화 열기가 산산조각이 났는데 이는 당론을 위배하는 발언이 나오고 총재의 민주화 7개항이 국민의 오해를 받은데서 비롯된 것이다. 국회 속기록을 찾아보니 이의원도 자유당말기 대통령중심제에 가까운 주장을 한 것을 발견했다. 내각제 지지발언은 정부·여당을 돕는 것이다. 이 두 문제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
△황명수위원=이의원의 지난번 발언은 그냥 넘어갔으나 이번에는 전비를 뉘우치지 않고 사과성 해명없이 의기양양하니 징계를 결의해야 한다.
▲최형우부총재=공당의 권위를 위해 당론을 위배하면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징계해야 한다. 이의원도 대표최고위원 시절 당시 현역인 오세응·한병송·박찬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이것은 제명이상의 징계를 한 것이다.
이총재의 7개항은 받아들여지면 내각제를 수용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것이 문제다. 게다가 이의원마저 내각제 지지발언을 하니 중대문제가 아닌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신도환의원=소석을 아침에 만났는데 분명히 의원내각제 발언은 사견이라고 했고 앞으로 이 사견을 당론으로 반영하겠다고 했다. 징계처리를 조금 유보하고 한번 더 그와 논의해 보는게 좋겠다.
△이총재=금주내에 당기위에서 징계건의 절차를 밟아가기로 하자.(이의없어 결의)
△신의원=총재와 두김씨간에 뜻이 다른게 없다고 하고, 확대간부회의에서 만나기로 했으면 만나야지 왜 안만나는가. 빨리 두김씨와 만나 당을 수습하라.
△이총재=나는 창당이래 대통령중심 직선제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민정당의 내각제를 장기집권음모라고 규정했다. 그러니 오해하지 말라. 두김씨는 사선을 넘은 분들로 알기때문에 그분들을 존경하고 당을 운영하는데 그간 격의없이 상의해왔다.
△최부총재=시국관과 노선차이가 없다면 왜 두김씨를 못만나는가. 총재가 「인간적으로 섭섭하다」고 기자들에게 자꾸 말하니까 문제가 아닌가.
7개항주장이 내각제수용을 전제한 것이 아니라면 두김씨를 오늘이라도 만나 수습해야 한다. 마지막 충언이다.
▲이총재=두김씨를 만나야 오해가 풀린다면 좋다. 그러나 여러분들도 두김씨의 오해를 풀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고문이 우리집에 왔을 때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그후 지구당개편대회불참을 선언하고, 의원70명의 서명을 받고 이게 될말인가. 내가 총재를 계속하려는 사람도 아니다. 이나라 민주화에 이름석자 남기면 족하다. 지난번 확대간부회의에서 두김씨를 만나기로 한 것이 사실이나 분위기때문에 만나지 않았다. 우리 더 노력하자.(2시간10여분만에 산회)

<"주말이 고비" 전망>
신민당 주류측 당원들과 민주협회원들은 벌써부터 신당창당에 따른 화제로 만나기만하면 쑥덕공론.
동교동계의 한 중진은 『두김씨가 결정만하면 신당창당은 신속히 추진될것이나 아직은 한두단계가 남아있다』면서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
양쪽 입장을 보면 동교동측은 「분당」쪽에, 상도동쪽은「수습」쪽에 더 체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교동쪽은 이번 싸움을 노선대결로 계속 밀고 나감으로써 △「이민우구상」에 의한 타협을 강조하는 미국과 △두김씨를 배제하려는 정부·여당을 공격하고 △김영삼계를 직선제고리에 단단히 묶고 △기타 반김세력, 즉 비주류·중도세력을 철저히 배제한다는 일석다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된다.
반면 상도동계는 이번 싸움 자체가 겉으로는 자파끼리의 내부분열로 나타나고 있으며 분당할 경우 상도동계우위의 당내세력판도가 상도·동교동 50대50의 양상이 되어 득이 없는 셈이다.
또 싸움의 결과는 타협여지축소로 연결될게 뻔해 김고문이 당권을 쥔다해도 장외투쟁이외에는 운신의 폭이 매우 비좁을 수밖에 없게된다.
이때문에 상도동계는 분당을 현실화하려기 보다 수습을 위한 극약처방을 제시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다만 상도동계도 이총재가 계속 버티고 비주류가 동조하지 않는 한 5월전당대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어쩔수 없다」는 데는 동교동계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따라 주류측은△임시전당대회를 열어 신민당을 해체하는 방안△지구당별 해체결의를 통한 당해산등 두가지 안을 검토중이나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당고수파와의 한바탕 결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각개격파식의 후자가 유력하다는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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