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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높고 유복한 가정출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인하공건 등록금 사기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박군(19)과 이군(19)은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명문고교를 나왔고 이군은 명문대학에 들어간 IQ높은 젊은이라는데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좋은 머리로 「한탕치기」하기로 한 것이나 자기가 다녔던 대학을 범행대상으로 잡았던 점, 범행 후 돈을 유흥비로 낭비한 점, 어른의 범죄를 뺨칠 정도의 교묘한 수법,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점등 청소년범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 청소년교육에 경종이 되고있다.
◇가정환경=범인중 이군의 아버지(53·대졸)는 인천 모중학교 사회과 교사. 30년 가까이 교사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군은 2남. 가정형편은 경제적으로 괜찮은 편이며 아버지 이씨는 평소 자식교육에 엄한 편. 이군은 고교때 성적이 자기반에서 6∼7등에 성격이 온순하고 말수가 적어 교육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이 가족의 이야기.
박군도 아버지가 서산에서 젖소·한우 40여마리를 키우는 여유있는 가정. 2남중 장남으로 어머니·할머니·동생과 생활하고 있으며 역시 주위에서 양순한 학생으로 알려져 있다.
◇성적=박군은 IQ 1백41, 이군은 1백28로 모두 지능지수가 크게 높은 편.
인천 K중학 동창으로 박군은 인천의 명문 D고교를 나와 I대에 응시했으나 낙방했다.
박군은 고교2학년때 「멜러디 퍼즐」이라는 과학연구로 인천지역 학생과학발명 경진대회에서 특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멜러디 퍼즐」은 4면에 아이템·그림·글자·색깔 등을 각각 넣은 나무블록을 아크릴케이스에 담아 조종키로 각 면을 서로 조종하면 아름다운 멜러디가 흘러나오는 어린이장난감.
이군도 역시 인천의 명문J고교를 졸업, I대 전자공학과에 응시, 합격했으나 학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입학 한달만에 휴학, 박군과 재수학원에 다니다 이번에 Y대 지질학과에 입학한 신입생.
이들은 인천K중학에서 처음 만나 고등학교는 달랐으나 평소 친하게 지내다가 서로 성격이 비슷하고 머리도 좋아 함께 범행키로 쉽게 합의했다는 것.
취미는 박군이 발명과 우표수집, 이군은 독서로 두 사람 모두 성품이 차분하고 내향적. 일반적으로 말하는 불량 청소년과는 거리가 먼 학생들이었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더해주고 있다.
◇범행후 행적=이들은 범행 후 인천·서울이태원·부산 등지를 돌아다니며 옷가지와 은팔지 등을 사고 유흥비로 모두 6백여만원을 탕진.
이들은 박군 책상서랍에 돈과 수표를 감춰두고 조금씩 빼내 쓰기로 하고 2월25일 저녁 인천 신포동에서 청바지1벌을 2만5천원에 샀다.
이어 친구들과 어울러 인천·서울 등지에서 술집과 여관을 돌며 일부를 유흥비로 썼다.
2월말 서울이태원동 K상회에서는 은팔찌 2개를 사「P&L」이라는 글자를 새겨 우의를 다지는 기념품으로 만들기도 했으며 3월2일부터는 학교에 다니면서 사취한 돈으로 책·전자계산기 등을 구입.
박군은 지난7일 충남서산에 있는 아버지에게 『장학금을 탔다』며 10만원짜리 수표9장을 내놓기도 했으며 11일에는 부산에 내려가 유흥가를 돌며 돈을 탕진했다.
◇범행수법=이들은 2월12일 상오10시쯤 인쇄물·고무인등 준비물을 갖고 인천대학생회관 신체검사장 1층에 유인물을 비치, 신입생들이 갖고 가게 한 다음 「신입생 등록창구」를 마련했으나 교직원들에게 적발돼 미수에 그친 후 인하공전을 다음 범행대상으로 정했다. 등록금 납부기간 및 장소를 학교측에 전화해 알아낸 다음 2월19일 시내 남구 용현4동194 B복사점(주인 김동수·34)에서 「2월24일부터 25일까지 본관3층301호에서 등록한다」는 가짜 안내문 1백장을 3천원에 인쇄한 후 2월20일 상오 인쇄물을 갖고 인하공전 운동장에 모인 신입생들에게 다가가 가짜 인쇄물을 봉투에 넣어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들은 23일 시내 정동3D타자 경리학원에 찾아가 원장 김모씨(40)로부터 이모(26·무직) 김모(l8·인천 I여상3년)양 등 아르바이트 희망학생 2명을 소개받아 일당 1만원씩 1주일동안 고용키로 하고 24일 상오10시 인하공전 본관 301호 강의실에 열람용 책상4개, 대형칸막이1개, 의자 2개를 이용, 수납창구를 차렸다.
박군 등은 진짜 창구가 있는 2층 계단에 「건축과 3층」이라는 안내문 2장을 매직펜으로 써 붙여놓고 24일 상오11시부터 하오3시, 25일 상오11시부터 하오2시까지 이 대학 신입생 71명의 등록금 3천5백20만8천5백60원을 받아 달아났다. <인천=김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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