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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보다 3점슛 잘 넣네…슛도사 된 ‘빅 맨’ 김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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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시즌 3점슛을 펑펑 터뜨리는 ‘빅맨’으로 변신한 동부의 포워드 김주성(오른쪽). [사진 프로농구연맹]

올시즌 3점슛을 펑펑 터뜨리는 ‘빅맨’으로 변신한 동부의 포워드 김주성(오른쪽). [사진 프로농구연맹]

56.5%.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빅맨’ 김주성(37·원주 동부)의 3점슛 성공률이다. 웬만한 전문 슈터 뺨치는 기록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직접 비교하긴 무리지만 기록만으로는 미국프로농구(NBA) ‘3점슛 달인’ 스테판 커리(28·골든스테이트)의 지난 시즌 3점슛 성공률(45.4%)보다 높다.

5개 던지면 3개는 성공, 전체 1위
경기당 2.4개 동부 4연승 이끌어
“코트 넓게 쓰고 슛거리 늘린 게 비결”
1만 득점 눈앞, 마흔 살 은퇴가 꿈

프로 15년 차 김주성은 그동안 큰 키(2m5cm)를 바탕으로 높고 튼튼한 ‘동부산성’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3점슛을 던지는 빅맨’으로 깜짝 변신했다.

김주성은 올 시즌 11경기에서 3점슛 46개를 던져 26개를 성공시켰다. 15일 오리온전과 18일 LG전에선 3점슛 4개씩을 넣었다. 3점슛 성공률이 56.5%.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전체 선수 중 유일하게 3점슛 성공률이 50%가 넘는다. 2위 테리코 화이트(SK)의 3점슛 성공률은 46.1%다. 김주성의 경기당 3점슛 성공개수는 4위(2.36개)다. 김주성을 앞세운 동부는 최근 4연승을 달리며 3위(8승3패)로 올라섰다.

2002년에 프로 데뷔한 김주성은 그동안 3점슛을 거의 던지지 않았다. 2014-15시즌까지 12시즌 동안 3점슛 성공개수는 37개에 불과했다. 한 시즌에 경기당 3점슛이 0.2개를 넘긴 적이 없다. 그랬던 김주성이 비장의 무기로 3점슛을 개발한 것이다. 지난 시즌 3점슛 32개를 성공시킨 김주성은 올 시즌 11경기 만에 벌써 3점슛 26개를 넣었다.

농구팬들은 요즘 “한국의 슈터 계보가 신동파-이충희-고(故) 김현준-문경은-김주성으로 이어지겠다”  등의 농담을 던진다. ‘빅 맨’이 왜 3점슛을 쏘는지 물어봤다. 김주성은 “외국인 선수가 2, 3쿼터에 두 명이 출전한다. 활동 반경이 중복될 수 있기 때문에 코트를 넓게 쓰고 슛거리를 늘렸다”고 말했다.

현주엽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동부는 골밑에 버티고 있는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2m7cm)과 웬델 맥키네스(1m92cm)가 위력적이지만, 가드 두경민이 발등 부상으로 빠지면서 외곽슛이 약해졌다”며 “상대가 수비를 좁히면 동부의 공격이 차질을 빚었는데 김주성의 외곽슛이 터지면서 안팎으로 공간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만 동부 감독은 “김주성은 상대가 붙으면 돌파나 패스를 하고, 떨어지면 3점슛을 쏜다. 주성이의 3점슛은 팀에 필요한 공격 전술이 됐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어릴 적 온가족이 단칸방에서 살았다. 아버지는 여전히 소아마비 후유증, 어머니는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다. 남들보다 늦은 고교 1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김주성은 지금도 가족만 생각하면서 코트를 누빈다. 지난 시즌 김주성은 프로농구 최초로 통산 1000블록슛을 돌파했다. 현재 통산 9634점을 기록 중인 김주성은 서장훈(1만3231점)·추승균(1만19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1만 득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주성은 “프로야구 이승엽(40·삼성) 선수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철저한 몸관리를 통해 대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나도 마흔 살까지 뛰고 싶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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