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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퇴진'… 경기 광주 퇴촌 주부들도 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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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아버지도 나라를 망쳤다고 하면서, 어른들은 왜 박근혜 대통령을 뽑았어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도수초등학교 2학년 김민찬(9)군이 지난 19일 퇴촌배드민턴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서 어른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40여 명의 어른들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광화문까지 가지 못한 퇴촌면에 사는 주부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마을 체육공원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집회에는 주부와 이들의 남편과 유치원·초등학생 자녀 등 80여 명(경찰추산)이 모였다. 30여 분간 시내 행진에 나섰을 때는 산책 나온 지역 주민 40여 명도 참여했다. 아이들은 직접 크레파스와 색연필으로 ‘박근혜 퇴진’ 등의 내용을 적은 피켓을 들었다.

촛불집회를 처음 제안하고 이날 행사를 진행한 주부 양경란(45·여)씨는 “민찬이의 질문에 어느 누구도 답변을 못했다”며 “‘어린 아이도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거짓말 하면 안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하고 싶은 일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가르치는데 이제 이 말을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컸으면 하는 마음에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자녀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주부 송지선(45·여)씨도 “광화문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아이들 때문에 가지 못했다”며 “이 마음을 우리 동네에서라도 함께 하자는 마음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집회 참여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이를 키우는 순수 엄마들”이라며 “국민의 민심, 마음을 왜곡하지 말라”고도 했다.

이들은 다음달 3일 또다시 모이기로 했다. 지역주민들을 더 모아 시 낭송과 작은 공연을 포함한 촛불문화제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다시 촉구하기로 했다.

양씨는 “우리가 집회를 마치면서 한 약속한 ‘여러분 12월 3일에는 절대 보지 말아요’였다”며 “우리가 모인다는 것은 그 때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을 안한다는 것 아니냐. 그날의 모임이 이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사진=송지연·박정민·서지숙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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