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한의 외교 접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정부는 북한과의 접촉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미국의 북한정책이 폐쇄적 단절상태에서 개방적 교류로 전환하는 하나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미국의 정책전환은「슐츠」국무장관이 배경·서울·동경을 순방하여 관계국 정부와 협의한 후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
판문점의 군사정전회의는 북한과 미국사이에 열려 있는 채널이다. 또 북한은 주한미군사령관과의 회담, 한· 미·북한의 3자 회담 등을 제의해놓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미국·북한의 관계가 급진전 될 수 있는 소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새로운 방침은 두가지 측면에서 고려될 듯 하다.
첫째는 소련의 아시아진출에 대한 대항전략이다. 「고르바초프」등장이후 소련은 북한 중공 등과의 관계개선을 적극 추진해왔고 「고르바초프」의 일본방문도 예정돼 있다. 「셰바르드나제」외상은 동남아와 호주를 방문했다.
이것은 베트남의 친소화 및 캄란의 소련기지화와 함께 서태평양·아시아에서의 미국 영향력에 대한중대한 도전이다.
이에 미국은 한·중·일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함은 물론 북한·베트남·몽고와의 관계도 개선하여 대항하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로 미국의 정책전환은 한국의 「88년 과제」에 대한 보장조치라고 해석된다.
미국은 한국에서의 민주화와 평화적 정권교체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서울올림픽이 무사히 치러 질 수 있도록 기 위해 한국의 안전보장을 책임지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미국은 한국이 안보위협 때문에 민주화가 유보되거나 다시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방해되는 것을 방지하는데 특히 관심을 가진 듯 하다.
물론 미국의 북한정책 변화는 한국에 대한 안정보장적 의미도 있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은 장기적 외교전략으로 보아 우리에게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것은 우리 정부의 정책과도 상통한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데 있어 그것은 반드시 거쳐야할 전제상황이기도 하다.
한미 양국은 이미 남북한에 대한 4강의 교차승인 및 유엔동시가입을 추진하는데 합의해 놓았다. 다만 북한이 이에 불응하여 실현이 지연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대북 접촉 개시는 이같은 기본방침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문제는 미국의 한반도정책 결정과정에 우리 정부가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느냐에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북한 관계개선이 우리에게 새로운 상황을 열어준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의 대소-대중공관계 발전과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한다.
다른 강대국의 한반도 정책은 우리 국가와 민족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19세기 후반이래 우리가 뼈저리게 경험한바다.
따라서 그 정책결정에는 우리가 적극 개입하여 우리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 반영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