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도시서 분신 20대 근로자 위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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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일 하오4시40분쯤 서울 세종로1가157 삼보빌딩 쓰레기장에서 표정두씨(24·공원·전남 송정시 소촌동533의22)가 온몸에 버너 예열용 인화물질(캐로신)을 끼얹고 불을 붙인 뒤 반정부구호를 외치며 세종문화회관 옆 도로를 따라 80m쫌 뛰어가다 쓰러져 고려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이 위독하다.
그때 버스정류장에 있던 강우형씨(26·한양대 금속재료2년 휴학)에 따르면 표씨가 삼보빌딩 쪽에서 온몸에 불이 붙은 채 길거리로 뛰어 나와 세종문화회관 옆 도로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다른 행인 1명과 함께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 표씨에게 덮어씌워 불을 끄려 했으며 교통순경 2명이 인근 카프리제과점에서 분말소화기 2개를 들고 나와 불을 끄고 병원으로 옮겼다는 것.
현장에 떨어진 표씨의 가방 속에는「내각제 개헌반대」「장기집권 반대」등의 내용이 적힌 쪽지와 인화물질을 담았던 9백cc들이 통·1ℓ들이 플라스틱 통 각각 1개, 밤색 스웨터·양말·면 장갑·「신한민주당 광주 동 북구 위원장 신기하, 당원용」이란 타월 1개 등 이 들어 있었다.
또 표씨가 입고 있던 상의 속에는 길이 15cm쯤의 과도 2개가 들어 있었다.
표씨의 아버지 표재근씨(58·상업)는 아들 표씨가 4남1녀 중 막내로『86년 호남대 무역학과에 입학했으나 지난해 2학기 등록금을 내지 못해 9월 자퇴한 후 지난 1월에 광주 하남공단 신흥금속 판금부 생산직 근로자로 일해 왔다』며 4일 아침 출근한다고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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