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계엄 준비, 주사 맞아 정신 몽롱” 너무 나간 추미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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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 독설 쏟아낸 제1야당 대표

대입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촛불과 피켓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뉴시스]

대입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촛불과 피켓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뉴시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광화문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 발대식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주사가 더 좋고 그것 때문에 꽃다운 생명이 스러져가도 정신이 몽롱해 국정을 못하거든 그냥 내려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비타민 주사 대리처방 의혹과 맞물려 세월호 당일 7시간 행적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그는 “굳이 주름살을 가리려고 백옥주사 등을 맞은들 그것이 무슨 대수겠는가. 건강이 걱정되면 그냥 내려오시라. 우리가 고이 보내드리겠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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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추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대통령은 지금 이 시간에도 드라마를 보면서 쿨쿨 주무시며 반격을 준비하는 듯하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계엄령까지 준비하는 정보도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이 국민과 싸우기로 작정을 한 모양이다. 참으로 무지막지한 대통령”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정보’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드라마 보고 쿨쿨 자며 반격 노려
주사가 그리 좋으면 그냥 내려오라”
“하야 안 하면 법적 조치” 탄핵 시사

헌법 77조 1항은 대통령이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병력으로 공공의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 시 행정권·사법권이 군으로 넘어가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된다. 하지만 77조 5항에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해제해야 한다고 돼 있다. 현재 국회는 야당이 300석 중 171석을 확보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추 대표의 계엄령 준비 운운은 제1야당의 책임 있는 지도자가 하기에는 너무나 무책임한 정치적 선동”이라며 “더 이상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발언은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는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계엄해제권은 추 대표가 쥐고 있는데,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 무슨 의도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받아쳤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촛불집회를 앞두고 민심을 자극해 촛불을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은 이날 계엄 발언과 관련해 추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날 추 대표는 주말 촛불집회 이후 박 대통령 탄핵 추진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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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대표는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으면 우리는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정지시키고 정치적·법적 퇴진을 준비할 것”이라며 “19일 집회 이후 후속 법적 조치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예고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후속 법적 조치’와 관련, “대통령이 오는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겠다며 계속 버티고 있기 때문에 탄핵도 법적 조치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간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민주당은 19일 청계광장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장외집회를 개최하고, 26일엔 전국 시·도당, 지역위원회가 서울로 총집결해 대대적인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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