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홈패션 강좌|생활용품 내 손으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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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식탁보는 사방 길이가 똑같이 떨어져 내려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음은 레이스 처리지요. 식탁가장자리에 바루 레이스를 붙이는 게 미국식이지만 우리 가정의 경우 식탁보 위에 다시 유리를 덮고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레이스가 눌리지 않게끔 15cm정도 내려와 러플(주름장식)을 달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즉, 유리를 덮고 나면 12∼13cm에 러플이 달리는 셈이지요』
1백12cm-세로(식탁의 짧은 변)=X, 가로(식탁의 긴 변)+X=Y라는 공식이 칠판에 큼직하게 적힌 교실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 20여명이 강사의 시범에 따라 식탁보를 마름질하느라 여념이 없다.
3일 하오 1시30분 동방플라자 문화교실에서 열려고 있는 홈패션 강좌의 수업광경이다.
방석·베개에서부터 스탠드 갓·소파·커튼에 이르기까지 천을 이용, 실내를 장식하는 홈패션 강좌는 근래 인테리어에 대한 주부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새로운 여성들의 인기강좌로 등장, 곳곳마다 만원사례.
『최근 3년 사이 눈에 띨 정도로 달라졌어요. 지난 82년 무역진흥공사에서 제가 홈패션 전을 열었을 때만 해도 다들 생소해 했거든요.
이젠 서울만도 가르치는 곳이 줄잡아 20여 군데나 되고 제 제자만 해도 연간 6백 명 정도를 헤아리니 홈패션에 쏠리는 여성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 하지요』직물디자이너로 미국에서 활동하다 귀국, 82년부터 홈패션강좌를 맡아 오고 있는 박홍근씨는 최근의 홈패션인기도를「폭발적」이란 말로 대신할 정도.
홈패션 수강자들의 주류는 단연 20대 중반∼30대 초반의 젊은 주부. 결혼을 앞둔 미혼여성이나 부업을 꿈꾸는 40대주부들도 가끔씩 눈에 뛴다.
두 살 난 딸과 함께 2개월 째 배운 실력으로 캔디베개를 만들어 남편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는 이명숙씨(29·서울 도봉구 월계동)는『재봉틀을 만지지도 못한 실력이지만 내 손으로 집안을 꾸며 보고 싶어 나오기 시작했다』면서『서툰 솜씨지만 내겐 일류 품으로 보이고 은근히 자랑스럽기까지 하다』며 흐뭇한 표정.
수강생들은 나날이 발전해 가는 자신들의 솜씨에 매료돼 결석은 물론, 중도 탈락조차 거의 찾기 어려울 정도. 안양에서 통학(?)하는 열성파 중의 한사람인 김명숙씨(31·경기도 안양시 석수동)는『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어느 정도 기초가 잡히니까 이젠 제법 신이 난다』면서『능력이 닿으면 부업도 해볼 생각』이라고 들려주기도.
여성들이 이처럼 홈패션에 매료되는 것은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릴 수 있으며 ▲값도 싸게 들고▲만드는 재미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흠 패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
게다가 콘크리트·철제 등 도시의 찬 느낌으로부터 따뜻한 실내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인테리어의 경향도 홈패션 붐을 부채질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이젠 의복으로 멋 부리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집안의 멋이 중요한 시대지요.』
박홍근씨의 얘기는 홈패션을 향한 여성들의 갈망의 근원을 날카롭게 지적해 준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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