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지원은 무법천지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권유린과 운영비리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대전 성지원에서 다시 수용자들의 집단탈출사건이 일어난 것은 짐작했던 일이다.
20여일 전의 첫 탈출사건은 성지원측이 버젓이 가족과 연고자가 있는 사람까지 붙들어다 강제노동을 시키고 가혹행위를 일삼는등 인권유린에다 운영비리와 불법까지 겹쳐 빚어졌었다.
이 사건 발생 직후 보건사회부와 충남도및 대전시등 지도감독기관들은 연고자나 자활능력이 있는 수용자들은 가려내서 곧 퇴소시키고 운영의 비리나 불법도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개선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현지조사를 하려던 국회의원들이 뭇매를 맞고서도 수용소 철문안에 한발짝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쫓겨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는가 하면, 폭력행사로 몰려 맞고소를 당하는 입장에 있다.
또한 당시 현장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폭행을 진두지휘했던 원장이라는 사람은 제재를 받기는커녕 버젓이 아무 일도 없었던양 운영을 맡고 있고 실태조사 한번 안받았으니 수용소 안의 사정이 어떠하리란 것쯤 짐작할만 하다.
당시 탈출을 기도했거나 외부에 대해 구원을 요청했던 수용자들이 필경 보복이나 학대를 당했을것도 같다.
결국 2백20여명의 수용자들이 재차탈출을 기도하고 시외까지 벌였다. 당국은 이들 탈출자들을 모두 다시 붙잡아 재수용한 것으로 안도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3, 제4의 탈출이 시도될 것이 분명하며 문제의 원천적인 해결이 없는한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민관 합동조사단이 구성되어 수용소의 내막이 샅샅이 조사되어야 한다. 정부가 성지원측을 비호하는 인상을 줌으로써 국민의 의혹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유를 우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 사건이 정치문제화 되는 것을 꺼린다면 그렇게 악화되기 전에 당국이 자발적으로 실상을 공개하는 쪽이 순리다.
덮어놓고 숨기고 비호만하면 국민들로부터 공연한 오해만 산다. 뿐만 아니라 더욱 심각한 정치문제로 비화될 것이다.
의지할데 없고 독자적인 생활력도 없는 소외계층을 보호하고 재활의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이 일을 대행하는 것이 복지시설들이며, 따라서 이들 복지시설에 공권력의 감독과 지도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당국이 이러한 본분을 망각하고 이들 복지시설의 비리를 외면 내지 묵인한 결과 발생한 사태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 그리고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할 때 국민의 비판을 벗어날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