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심리학자 황상민 "'촛불 앞의 무녀' 표현에 청와대서 '죽이겠다'고 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 대통령 비평 후 친구 통해 건네 들어"
이후 연세대 교수직에서 해임돼
"직접 만난 박 대통령, 마치 책 읽는듯"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향해 독설을 했던 심리학자 황상민(54) 전 연세대 교수가 "청와대에서 나를 죽이겠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황 전 교수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을 '촛불을 앞에 둔 무녀'로 표현했다.

이 표현이 든 인터뷰를 한 지 몇 달 지나서 황 전 교수는 친구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친구는 그에게 "황 교수 너 VIP(대통령)를 촛불 앞에 선 무녀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황 전 교수가 "그렇다"고 하자 친구는 "청와대에 있는 친구한테 들었다. 그 사람들이 너 죽이겠다고 한다더라"고 전했다.

황 전 교수는 "친구가 그러면서 청와대 쪽에서 '황 교수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아냐길래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최근에 와서야 그게 '비선실세를 알고 얘기한 거냐는 의미'로 이해됐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한 마디로 '꼭두각시', 쉽게 말해 '맹한 여왕'"

황 전 교수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터진 뒤 수개월 동안 진행한 박 대통령의 심리상태에 대한연구 결과도 내놨다.

그는 "세월호 터졌을 때 우리 대통령이 왜 이런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게 전혀 나타나지 않을까 궁금해서 심리에 대한 분석 연구를 했다"며 "딱 한마디로 이분을 설명하면 '꼭두각시'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고, 그런 행동을 보인다는 게 결과로 나왔다"고 했다.

사람들이 어떤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모아보면 그 사람을 대표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일정한 행동 패턴이 나타나는데, 박 대통령의 경우 그런 패턴을 분석하니 '꼭두각시'라는 단어로 정리가 된다는 것이다.

황 전 교수는 "이걸 달리 이야기하면 '혼군(昏君)'이고, 이를 쉽게 표현하면 '맹한 여왕'"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15년 5월에 한 월간지에 논문으로 기고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황 전 교수가 해임되기 전이다.

황 전 교수는 2007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을 만났던 일화도 소개했다.

한 월간지 기자가 당시 한나라당 대선 주자였던 박 대통령을 인터뷰하는데 심리학자로서 동행해 한시간 반 동안 관찰을 했다고 한다.

황 전 교수가 지켜본 결과 박 대통령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이야기 속에 그 사람의 감성이 묻어나오는데 "박 대통령은 마치 책을 읽는 듯했고,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치 의례적으로 하는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신기해서 열심히 관찰했는데 마치 허공을 주시하는 듯이 이야기하면서 누군가로부터 들은 걸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었다"면서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건 자기가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당연히 자기는 대통령이라고 믿는, 또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황 전 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한 TV 토론에 나와 박 대통령에 대해 "박 후보는 생식기만 여자일 뿐 여성으로서 역할을 한 게 없다"는 말을 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정갑영 연세대 총장을 항의방문해 황 교수해임을 요구했다.

연세대는 지난 2월 겸직 및 영리활동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황 전 교수를 해임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