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균 체육부 기자/이기면 영웅 지면 죄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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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일련의 스포츠 남북대결이 꼬리를 잇고 있다.
지난 18일 중공 길림성에서의 주니어 아이스하키 대결에 이어 23일에는 태국 킹즈컵 대회에서 축구선수들이 일전을 가졌다.
또 인도 뉴델리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도 몇 차례의 남북대결이 벌어질 것이 확실하고, 체코의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도 3개 종목의 남북대결이 예상된다.
남·북한의 스포츠 대결은 양측간의 팽팽한 라이벌 의식으로 인해 대접전이 펼쳐진다. 특히 백중세인 탁구와 축구의 경우 그야말로 경기 종료 순간까지 피를 말리는 긴박의 승부, 예측불허의 백열전이 벌어진다.
남북대결을 놓고 일부 국가에서는 대중의 호기심을 부채질, 관중 동원에 이용하려는 경우도 볼 수 있어 씁쓸한 느낌이다.
지난해 3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기간 중에는 일본 매스컴들이 남·북한 경쟁의식을 의도적으로 확대시켜 교포들을 불쾌하게 만든 적이 있다.
현재 태국의 킹즈컵 대회 조직위원회도 2년째 남·북한 축구팀을 같은 예선조에 편성, 남북 대결을 강요하는 인상이다.
한 관계자가 『남북대결은 최소한 1백만 바트 (약 3천5백만원) 의 입장수입을 보장한다』고 말한 것으로 외신은 전한다.
이러한 현상은 남·북한 스포츠당사자들이 지나치게 적대감정과 과열 경쟁의식을 나타내는데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국제 대회 때마다 남북대결을 치러야하는 탁구 협회의 한 임원은 『남북대결의 승리가 우리로서는 지상의 과제다. 이기면 영웅이 되지만 지면 죄인이 된다. 남북대결을 앞두고는 전 선수·임원이 잠을 설친다』 고 고백하고 있다.
특히 TV방송사는 남북대결의 경우, 이기면 녹화필름을 몇 차례씩 돌리며 호들갑을 떨지만 지면 언제 그런 경기가 있었느냐는 식이다.
모든 면에서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우리가 먼저 의연해져야할 것 같다.
스포츠 남북대결은 전투나 국력 대결이 아니다.
스포츠 남북대결을 통해 오히려 분단의 아픔은 달래져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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