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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주택대출 금리 쇼크…긴장하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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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트럼플레이션(트럼프 당선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가 미국과 한국의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올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뛰면서 미국 주택시장 참가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의 시중금리가 올라 은행의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다.

자료: 블룸버그·각 사

자료: 블룸버그·각 사

소비자와 기업에 빌려주는 장기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금리는 트럼프 당선 직후 줄곧 상승세다. 대선 전날 1.8%대에서 안정됐던 미국 국채금리(10년물)는 대통령 선거 직후인 지난 10일 약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2% 선을 넘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10년물)는 한때 2.3%를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최고치다. 30년물 국채금리도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국채 값은 하락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의 경기 부양책으로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글로벌 국채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플레이션 우려 커져
글로벌 국채 시장도 요동
“미 주택시장 공포 휩싸여”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대출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모기지뉴스데일리닷컴 데이터에 따르면 가장 많이 거래하는 고정금리(30년물) 모기지 평균 계약금리는 한때 4% 선을 돌파했다.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선 이후 약 0.4%포인트 올랐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모기지 금리가 심리적 한계점까지 치솟으며 미국 주택시장이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며 “모기지 금리 상승세는 이제 겨우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는 주택시장에 재를 뿌리는 격”이라고 보도했다. CNBC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모기지 대출금리로 인한 집값 상승 속도가 임금·취업률 상승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금리 고공행진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채 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투자부적격 회사채 금리는 아직 과거 수준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제이슨 에번스 나인알파캐피털 대표는 “채권시장에서 가격 재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경제 전반과 주택시장에 각각 어떤 정책을 펼지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 블룸버그·각 사

자료: 블룸버그·각 사

국내 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2.04%로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 전인 8일(1.70%)보다 0.34%포인트나 뛰었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면서 대출금리도 덩달아 상승하게 된다.

실제 이 기간 동안 국내 대형 시중은행의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KEB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5년 고정 )는 15일 기준 최고 5%를 넘어섰다. 신한은행도 9일 3.17~4.47%였던 금리를 15일 3.35~4.65%까지 올렸다. 9일엔 최저 2%대(2.97~4.27%)의 금리를 제공하던 우리은행도 15일엔 3.15~4.45%로 앞자리 수를 바꿔 게시했다. 시장금리의 변화를 반영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상승세다.

앞서 은행권은 8월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슬금슬금 인상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연 2.8%로 8월보다 0.1%포인트 올랐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은행권에 대출 속도 조절을 압박하자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효과까지 가세했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연말에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시장금리가 올라 대출금리가 추가로 오를 여지가 있다”며 “소득은 늘지 않는데 금리만 오르면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지고, 가뜩이나 움츠린 경기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경진·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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