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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표딸이 주은래에 아버지 밀고|「임표쿠데타」미수 4시간의 드라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국현대사의 최대 미스터리인 부주석겸 국방상 임표의 쿠데타 미수사건을 생생히 묘사한 『문학대혁명10년사』 가 중공에서 출판됐다.
일반인에 대한 판매는 금지되어 있는 이 책은 중국사회과학원 정치학연구소장 엄가기와 부인 고고의 공저. 다음은 이 책 가운데 나오는 임표 쿠데타기도 당일의 숨가빴던 4시간의 드라머를 요약한 것이다.
1971년 9월 12일 하오 10시 30분.
북경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검토중이던 수상 주은래에게 긴급전화가 걸려왔다. 『북대하(중공요인들의 휴양지·북경에서 동쪽 4백km거리)에서 이상사태가 발생했다』 는 경호담당 당중앙 수위국으로부터의 보고였다.
주은내는 즉각 『북대하에 있는 임표의 동정을 주시하라』 고 지시했다.
주는 또 오법헌 공군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공군 트라이던트기 1대가 북대하부근 산해관 비행장에 착륙했다는데 누가 타고 있는가. 빨리 북경으로 돌려보내라. 아무도 태워서는 안 된다』 고 명령했다.
임표는 이때 「571공정기요」 로 알려진 쿠데타를 음모했으나 상해에 있던 모택동은 미리 이 사실을 알고 예정보다 빨리 열차로 12일 하오 북경에 도착했다.
이보다 앞서 암살계획 실패를 감지한 임표의 장남 임입과 공군 작전부부부장은 호평공군사령부부참모장이 마련해준 공군기 트라이던트256호기로 하오 5시 북경으로부터 북대하로 날았다. 북대하에 있는 임표의 96호 별장에는 임표 일가가 모여 임의 딸 임립형의 약혼파티를 열고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하오10시 20분 북대하 주둔 요인경호부대지도자를 통해 북경에「이상」을 밀고한 것은 임의 딸 임립형이었다.
주의 전화를 받은 오법헌은 호평에게 『비행기 건은 무슨 일인가. 주은내가 조사를 시작했다』 고 물었으나 호평은 『나는 모른다』 고 답변하고 이 사실을 트라이던트256기조종사 반경인에게 알렸다. 반은 다시 임표와 그의 처 섭군에게 보고했다.
하오11시22분. 섭군은 아무 일도 없는 듯 가장하고 주은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임부주석이 비행기를 이용하고 싶어하십니다.』 『그곳에 비행기가 있습니까.』 『아니요.』
이때 주은내는 이들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산해관 비행장의 해군책임자 이작붕 부총참모장에게 『산해관에 있는 256호기를 움직여서는 안 된다』 고 지시했다.
임표는 암살계획이 실패할 경우 광주로 피신, 임시 당중앙을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섭의 전화가 끝난 뒤 초조해지기 시작, 급기야 소련으로 망명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하오11시40분. 섭군은 비서를 불러, 짐을 꾸리게 했다. 96호 별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빨리 차를, 빨리』 초조해진 섭군은 비서를 변소에까지 쫓아다니며 재촉했다. 『부주석을 잡으러온다. 빨리 피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 그녀는 거의 절규하고 있었다.
고급승용차 홍기에 탄 임표는 장남 임립과에게 『이르쿠츠크는 멀었나. 몇 시간이나 걸리지』하고 물었다. 『곧 도착합니다.』 임립과는 흥분한 임표를 진정시켰다.
도중에 경비 부대원이 차를 정지시켰다. 섭군이 호통을 쳤다. 『임표 부주석에게 충성하지 않는 놈이 누구냐.』
13일상오0시20분. 임표 일행을 태운 차가 공항의 256호기 옆에 도착했다. 섭군·임립과 등은 권총을 빼어들고 『빨리, 빨리』 하고 재촉하면서 조그만 조종사용 사다리를 이용,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은 명령으로 불이 꺼져 칠흑처럼 어두웠다. 이 때문에 이 비행기는 활주 도중 오른쪽 날개 일부가 석유탱크에 부딪혀 부서졌다.
상오0시32분. 256호기는 캄캄한 하늘로 비상했다.
한편 주은내는 공군 사령부 관제실로부터 『임표를 태운 비행기가 북쪽으로 날아갔다』는 보고를 받았다. 즉시 『전국의 비행장을 폐쇄하고 모든 항공기의 비행을 정지시켜라』 고 지시했다. 주은내는 관제사에게 『무선으로 256호기와 교신할 수 없는가. 조종사 반과 이야기하고 싶다』 고 말했다. 관제사는 『통신은 연결되어 있으나 응답이 없읍니다』하고 보고했다.
주은내는『그러면 그들에게 북경 서쪽공항을 개방했으니 돌아오라고 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임표를 태운 비행기는 이날 상오1시15분 몽고령을 넘었다. 2시30분. 몽고의 운데르한초원에 추락, 임표 등 전원이 사망했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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