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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이산"양산하는 과열지대(3학군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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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젠 기다리기도 지쳤읍니다. 서울 전학이 이렇게도 어렵습니까?』
중학교2학년 N군(13·대전). 85년4월 제조업을 하는 아버지가 서울 강남으로 이사, 전학신청을 해놓고 3년째 「상경허가」 를 기다리다 3학년 진급을 앞두고 있다.
제8학군 전입 대기자 순위 1번인 N군이 강남교육구청에 전학을 신청한것은 85년5월2일. 올해도 전입된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떨어져 2중 생활을 해야합니까.』 남편을 서울로 보내놓고 아들 딸남매와 대전에 떨어져 거느리고 있는 N군의 어머니는 나날이 괴롭다고했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서울에 온 남편은 청담동에서 대학에 재학중인 1남2녀와 따로 살고 있다.
『서울로 옮길바에야 8학군으로 가겠다』 며 청담동에 집을 마련했던 것이 이산을 장기화시킨 원인. 중학은 월2회, 고교는 월1회씩 전입자 학교배정을 하지만 빈자리가 가뭄에 콩나듯 하는데다 서울시내 전입자를 우선 배정토록 돼있어 N군의 강남 진입은 고교배정에서도 어려울 것 같다. 지방학생의 경우는 중3의 경우 8월 이전에 서울시내중학에 전입 못하면 고교배정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
C군 (14) 은 N군보다 3일 늦은 85년6월1일 전학신청을 해놓고 기다리는 서울거주 안양통학생. 중1때 가족들이 모두 서초동으로 이사를 왔으나 전학이 안되고 있다.
이때문에 C군은 매일 2시간씩 시외버스에 시달리며 서울 경계선을 넘나든다.
8학군 (강남·강동구)으로 이사를 하고 전학을 신청해 놓은뒤 현재 N군이나 C군처럼 무작정 대기하고 있는 중학1·2학년생은 모두 8백16명 (남학생 8백16명, 여학생 72명). 여학생 숫자가 적은 것은 지난해 이전해온 동덕여중이 그나마 전학생을 대거 흡수했기 때문. 전학대기자중 강남구희망자가 7백6명. 서울시내 타학군에서 전입해온 학생도 5백42명이 2월현재 기다리고 있다.
8백88명가운데 86년2월이전에 신청하여 1년이 넘게 기다리는 학생이 34명, 86년1학기 신청 2백27명, 86년 2학기 신청 6백27명이다.
지난해 1년동안 8학군으로 전학신청한 중학생은 4천8백75명. 60명 한학급으로 할때 82개 학급상당 인원으로 학교 2개를 새로 지어야 수용할수 있는 숫자다.
그러나 강남지역 전학 신청자가 이처럼 많지만 고교배정대상은 이보다 더 늘어나는 실정.
주거지만 옮겨놓고 전학신청을 하지 않은채 8학군 고교배정을 노리는 학생도 많기 때문이다. 서울강남·북간에는 전학신청을 안해도 거주지 전입이후 기간에 따라 고교배정을 받게된다.
올해 고입 연합고사에서 8학군 합격자중 1천9백58명 (33학급분) 이 1년이내에 강남으로 전입한 학생이며 이중 91%가 강남의 중학교로 전학하지 않은채 고교 배정을 받았다.
그러나 8학군내에서도 강남구와 강동구간에 주거지를 옮긴 경우는 신규 전입자로 간주, 남학생은 4개월, 여학생은 20개월이 지나지 않은 경우 강북으로 배정했고, 내년에도 같은 원칙으로 행정구를 바꾸면 거주기간을 새로 산정한다.
가령 같은 8학군이라도 강남구에서 강동구로, 또는 강동구에서 강남구로 주소를 옮기면 그날부터 신규전입자가되고, 고교배정일까지 경과기간에 따라 강북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서울시 교위는 설명했다.
85년 이후 8학군내에는 강북에서 이주해온 학교 이외에 13개 공립중학교가 신설됐다. 이는 그 기간 서울시내 전체 신설중학교의 절반에 해당되지만 몰려드는 전입자 수용에는 어림도 없는 실정이다.
8학군내의 전학생 적체현상은 고교에서도 마찬가지.
현재 고1, 2학년생 전학 대기자는 1백72명으로 남자69명, 여자 1백3명이다. 서울시내 타학군 재학생의 강남 전학은 지난해 11월이후 모두 밀려있고 타시·도재학생의 전학 적체는 지난해 5월부터 9개월째다.
이제 제8학군은 만원이다. 비대·과밀해진 학교, 악화돼 가는 교육환경도 「서울교육시강남특별구」 로 불리는 제8학군의 또 다른 모습이다. 학군광역화를 신중히 검토할때다. <한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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