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피우는 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 시카고에 있는 한 보청기 제조회사는 작년 연말 담배를 피우는 모든 종업원에게 경고장을 냈다. 앞으로 직장에서는 물론 집에서도 담배를 피우려면 회사를 그만 두라!
경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두 서너 달의 유예기간을 둔 다음특수 모니터로 폐활량을 조사, 계속담배를 피운 증거가 나타나기만 해도용서 없다.
이 같은 민간 기업이나 단체의 금연운동도 이제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얘기가 되었다.
요즘은 미국의 금연운동이 민간차원을 넘어 정부 주도의 전국적인 캠페인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연방정부는 지난 6일 89만명에 이르는 연방공무원을 상대로 6천8백개의 관청 건물에서 지정된 장소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금연령」을 내렸다.
정부는 이 규칙을 어기는 공무원에 대해 1회엔 구두경고에 그치지만 2회 이상 위반할 경우에는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겁을 주었다.
현재 미국의 40개주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제한하고 있다. 뉴욕주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전국에서 가장 강경한 금연 조례를 발표했다.
오는 5월7일부터 시행될 이 조례에 따르면 뉴욕의 모든 공공건물 안에서는 물론 택시나 소형 버스에서도 일체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식당의 경우는 50석이 넘으면 좌석의 70%를 금연석으로 해야한다.
이러한 제한적인 금연백을 어겼을 때의 벌칙은 주와 지방마다 다르지만 뉴욕주의 경우는 위반자에게 2백50달러까지 벌금을 물리거나 l5일간의 구류처분을 받도록 해 가장 모범적인(?)금연주가 되고있다.
어쨌든 이 같은 금연조치는 확대일로에 있어 매사추세츠주의 케임브리지시는 3월9일부터 실시할 예정이고 베벌리힐즈 에서는 곧 시의회를 통과할 예정이다.
그뿐 아니라 의회에서는 70년에TV와 라디오에서 담배광고를 금지한 것과 같이 모든 인쇄매체에서도 담배광고를 없애야 한다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전역에 이처럼 금연선풍이 거세게 불어닥친 것은 공교롭게도 작년 연말을 전후해 미 국립학술원과 환경보호국 (EPA) 이 똑같이 「간접 흠연의 피해보고서」를 내고 나서다.
이들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연기가 대기오염보다 더 큰 사망원이되며, 따라서 끽연자를 남편으로 둔 부인은 폐암위험이 1·9배나 높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담배를 피우는 것이 하나의 「범죄」 행위처럼 여겨질 날도 멀지 않을 것만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