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뭘 어쩌자는 건지, 매우 유감”새누리 “민주당 국정 책임의식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14일 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전격 철회하자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황이라 매우 유감스럽다”면서도 “여야 영수회담을 이미 제안해 둔 상태인 만큼 형식과 관계없이 언제든지 열리기를 기대하며 열린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영수회담 일방 철회에 허탈
청와대, 확대회담 다시 추진키로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 추 대표의 회담이 정국 수습책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지만 민주당 내부 사정으로 무산되자 허탈한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총리 지명권을 국회로 넘기라고 요구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더니 그제야 그걸 못 받겠다고 하고, 야당이 만나자고 해서 만난다고 했더니 갑자기 취소를 하면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이 무산된 이유가 양자회담이라는 형식 때문이었다고 보고 조속히 국민의당까지 포괄하는 확대 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끝내 야당이 대화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청와대의 고민도 더욱 깊어졌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고 난 직후에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에서 선출할 신임 국무총리에게 내·외치의 모든 권한을 이양하고 2선 후퇴를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 탈당 선언이 임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선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회담 무산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응은 직설적이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민주당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 국정에 대한 책임의식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과연 국정 위기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난국의 실타래를 풀고 국정 공백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좌절돼 안타깝다”며 “이후라도 여야 영수회담이든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개별 회담이든,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 간 회담이든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조속히 머리를 맞대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이게 공당이냐. 공당의 대표가 결정해서 국민들에게 다 알린 것을 이런 식으로 뒤집으면 어떻게 신뢰 관계가 형성되겠느냐”고 했다. 이정현 대표는 “안타깝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공식 반응은 추후에 내놓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정하·이충형 기자 wormho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