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쇼」 로 대서방 평화공세|고르바초프 모스크바 연설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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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최근 그의 잇단 대서방 평화공세를 국제적 정치쇼로까지 끌어올리는 자본주의식 정치선전술까지 동원하고 있다.
「고르바초프」 는 지난 14일부터 모스크바에서 소련저명인사 3백50명을 포함, 서방의 영화배우·디자이너·학자·작가 등 세계 85개국의 8백 50명을 초청, 국제평화회의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미소의 해외주둔군 및 기지 철수를 제의하는 등 평화공세를 한 단계 더 높여 강화했다.
모스크바회의는 「핵무기 없는 세계와 인류의 생존」을 주제로 소련반체제 인사「사하로프」박사는 물론 미 경제학자 「갤브레이드」, 「트뤼도」 전 캐나다수상, 「그레고리·펙」「폴·뉴먼」 등 영화배우, 비틀즈 「존·레넌」의 미망인 「오노·요코」, 디자이너 「피에르·카르댕」 그리고 「그레이엄·그린」 「노먼·메일러」 등 세계적 작가를 초청했다.
이들 참가자 이름만으로도 세계의 매스컴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이번 모스크바평화회의는 따라서 「저명인사에 의한 TV쇼」와 같은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사하로프」박사가 회의장에 참석, 「고르바초프」의 연설에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모스크바 TV가 전례 없다시피 방송함으로써 또 다른 선전효과를 거두었다.
이 같은「쇼」성격의 회의에도 불구하고 「고르바초프」는 지난해 7월의 블라디보스토크 연설에 못지 않은 중요한 대서방 평화공세 연설을 함으로써 크게 주목을 끌고있다.
특히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이란-니카라과 스캔들로 정치적 궁지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소련내부의 자유화 추진선언과 대외적 인권·평화공세의 강화는「고르바초프」가 국제무대에서 「레이건」 을 누르고 주도적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성공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참가작가들인 미국의 「고르·비달」이나 영국의「그린」은 한결같이「고르바초프」의 평화연설을 찬양하고 소련 및「고르바초프」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게됐다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은 「고르바초프」의 연설에서 『놀랄만한 제안이 없다』고 논평하고 「실현성이 별로 없는 이상향적인 제안」 에 대해서『신중히 검토할 것』 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창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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