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서답「성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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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왜 이렇게 수사가 지연됩니까?』
『국회의원을 누가 때렸는지 가려낼 수가 없어요.』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도 못 알아냅니까?』
『글쎄 몇십명이 얽히다보니…』
『폭행장면이 찍힌 방송국의 비디오 테이프가 있지 않습니까?』
『잠시 비친 것이 별도움이 되나…』
『구속은 하는 겁니까?』
『조사가 끝나봐야 알지요.』
14일 상오10시쯤 대전지검. 10여명의 보도진과 지검 고위관계자 사이에 또다시 동문서답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낮에 수십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졌던 신민당조사단과 성지원 원생간의 충돌이 벌어진지 엿새째. 검찰은 『피의자 특정이 어렵다』 는 말만 되풀이할뿐 수사는 진전없이 원점을 맴돈다.
「수십명이 뒤엉킨 상황」이라 밝히기가 쉽지 않다는 검찰측의「어려움」에 수긍할점도 없지는 않지만 명백한 범죄사실을 앞에 두고 너무도「신중」한 검찰의 자세.
지난해초 「의사당 사건」 때 보도기관이 찍은 실황장면테이프를 수십번 돌려가며「증거」를 잡아내던 집요함, 세모의 찬바람 속에서도 삼청동 별관으로 국회의원들을 오르내리게하며 「마무리」 를 지었던 신속함은 모두 어디간것인지.
참으로 「고민」이 많아보이는 현지 검찰의 모습이 딱하게 느껴졌다.

<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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