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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잊힌 서적들 재출간 전문社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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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값어치에 비해 호응을 받지 못하고 사장된, '흙 속 진주'같은 책들을 찾아내 재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출판사 '다시'가 첫 작품을 내놓았다.

시인 김남조(76)씨가 1985년 출간했던 잠언집 '생각하는 불꽃'을 '사랑은 고백할 때조차 비밀로 남는다''밤이다, 우리는 빛이 되어야 한다' 두 권의 잠언집으로 재출간한 것이다.

재출간이라고는 하지만 새 잠언집들은 김씨가 일부를 추가하고 기존 원고를 다듬어 면모를 일신했다. 출판사 이름까지 '다시'로 지은 전윤호 대표는 "수많은 출판사가 명멸하는 가운데 아까운 책들이 사장된다.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과거 필독서도 있다"며 "도서 리모델링을 통해 의미 있는 책들을 되살려 내는 일이 긴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외국에는 과거 출간된 책의 제목을 바꾸고 편집을 새로 해 재미를 보는 재출간 전문 출판사가 이미 자리잡았다"고 덧붙였다. 물량을 바탕으로 한 출판 기획이 낯설지 않게 된 국내 출판 상황을 염두에 둘 때 '다시'의 재활용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은 뜻깊다.

같은 주제에 대해 국내외 작가와 사상가, 불교.유교 경전 등이 언급한 다양한 성찰을 통해, 대상의 세부적인 국면에까지 이르는 여러 겹의 이해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잠언집의 매력일 것이다. 물론 김씨의 잠언집들은 그런 매력이 충만하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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