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지는 졸업시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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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학교에 있다 보면 졸업과 입학은 매년 어김없이 반복하여 겪는 일이다. 그것도 한두번 겪는 것이 아니고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을 여러차례 반복하여 경험하게 된다. 이렇듯 거의 일상화되다 시피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졸업과 입학철이 다가오면 아직도 초연하지 못하고 어느 정도의 기대와 불안등 마음의 동요를 느낀다.
입학철 신학기에 신입생들을 대하면서 느끼는 마음보다 졸업철에 졸업생들을 대하면서 느끼는 마음은 훨씬 복잡하고 착잡하다. 그것은 4년동안 가르친 제자들을 떠나보낸다는 센티멘털한 감정때문에서가 아니고 훨씬 절실하고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졸업반 학생들은 취업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의 취업이 순조롭지 못하면 당사자들은 물론 그것을 지켜보는 선생들 역시 마음이 편치않다.
마치 4년동안 『나를 따르라』해서 따르게 해놓고는 아무 것도 책임지지 못하는 무책임한거짓말장이가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대로 공부만 열심히 한, 소위 우등생들이 취업문제에서 좌절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선생들의 그같은 죄책감은 더욱 커진다.
4학년 2학기부터 시작되는취업과 관련된 이같은 긴장과 불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졸업전에 거의가 취업이 결정되어 해결된다.
문제는 여학생들의 경우다. 그것도 매우 우수한 우등생 여학생들의 경우다. 올해에도 입학졸업철을 맞아 발표되는 각 대학의 수석 입학자, 수석 졸업자의 명단에 여학생들의 이름이 많이 들어있는 것을 보면서 이같이 우수한 사회적 잠재력을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형태로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문자답해 본다
정책적으로는 노동부가 신입사원 채용때 성차별을 말도록 각 경제단체에 촉구하고 있다.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신입사원 채용때 그 자격은 「병역을 필한 남자」 로 제한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종의 성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성별이란 조건보다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나 일에대한 강한 동기·의욕·책임감등이 더욱 중요한 조건일듯 싶은데도「여자」 들은 이같은 조건을 갖추었다해도 자격에서 제외된다.
아까운 능력이 안타깝게 사장되고 있는 경우를 너무도 자주 보게되어 안타깝다.
4년동안의 전문교육을 받고축적된 잠재력을 사회에서 발휘해 보고자하는 여자 대학 졸업자들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자격이 전문성이나 직업의식에 우선하여 단정한 용모와 신장 몇cm라는 점에 대단히 당황하게된다.
취업이 고등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될수 없다. 고등교육은 분명히 사회적으로 적응력 있고 경쟁력 있는 고급인력의 양성을 주요목표로 삼는다.
취업은 이같은 사회적 경정력·적응력을 가늠하는 중요한척도다. 그렇다면 사회적 경잭력과 적응력을 부여하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여자 대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가치를 과연 어떻게 평가해야할지 의문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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