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쳐도 책임 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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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평화적으로 조사하러 왔으니 문을 열어요』
『죽는 한이 있어도 국회의원 현장조사는 안됩니다』 『국민 대표가 경찰서장 입회 하에 국민 세금을 쓰는 곳을 조사하겠다는데 왜 안돼요』『국회의원 세비는 국민이 낸 세금아닙니까. 왜 원생들을 선동하는 겁니까.』
11일 상오10시20분 대전시대화동 부랑아수용시설 성지원정문앞. 철문을 사이에 두고 의원폭행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러온 신민당의 박용만의원등과 운영자 여재중씨 (45)와의 임씨름.
『문을 자진해서 열고 의원들과 대화해 보시지요』
『강제로 뚫고 들어오셔요. 다쳐도 책임 안집니다』
관할경찰서장과 구청장이 나섰지만 노씨는 막무가내.
20여분간 승강이를 벌이는 동안 건물안에서 집에 돌려 보내줄 것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61명의 원생들이 창문을 통해 기자들에게 메모쪽지를 던졌다.
『이곳은 휴일도 없고 새벽5시부터 밤9시까지 심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신체가 건강한 사람도 강제로 잡혀와 몇년씩 갇힌채 심한 구타를 당하고 있으니 밖으로 나가게 해주셔요.』
그러나 쇠창살 문에 매달려 국회의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구해달라고 호소하던 원생들은 간부인듯한 사람들에 의해 끌려갔다.
박의원등은 끝내 성지원안에 들어가지 못한채 하오 4시까지 빗속에 서있다가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한 의원은 『만일 여당의원이 왔다고 해도 이랬을까요』 라고 물었다. <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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