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능 과학단지의 쓸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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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학입국」의 국가목표가 국민의 합의와 정부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조화를 잃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 상징적인 존재가 바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60년대 과학기술 선진화의 꿈을 안고 출범한 이래 우리의 과학기술을 세계화하는데 혁혁한 공적을 쌓아 올린 기구다.
그러나 지금 그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충남의 대덕단지로 발전적 이전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단계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KAIST소속의 과학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계의 전문가들이 이전계획의 불합리성과 낭비를 우려하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이전 이후를 겨냥한 계획안을 확정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11일 확정한 서울 종합과학교육센터 건립계획자체는 서울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학생과 교사들의 과학교육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지역 최초의 과학고교를 88년에 개교하고 ,89년에는 서울과학관, 90년엔 정보도서관과 시민과학관 ,전산교육관 등을 개관하여 과학영재의 조기 발굴육성과 세계적 과학두뇌의 배출이란 국가목표에 부응하리란 것이다.
그와 같은 화려한 계획은 물론 너무나 바람직한 것이라서 거기에 가타부타할 말은 없다.
나라의 고급 과학기술 두뇌양성과 활용이 「과학입국」의 기초라는 것은 누구나 이해하고 있다. 정부당국이 2001년까지는 15만명의 핵심연구요원을 양성하려고 부심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위원회의 계획은 과학기술처와의 완전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현재로선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대덕 이전에 따라 서울 홍능의 부지를 서울시로 넘기는 일 자체가 계류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서울시간의 완전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홍능단지의 이용을 먼저 논의하기는 어렵다.
지금 한국과학기술원이 사용하는 홍능단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우리 과학립국의 국가목표 달성의 효율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 때문에 우리는 무성한 계획에 앞서 정부가 과학립국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어느 편이 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인가를 신중히 결정하기를 권하고 싶다.
과학기술자들 가운데는 한국과학기술원의 대덕 이전이 1천5백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이란 점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과학립국의 국가목표를 위해서는 대덕단지가 필요한 만큼 홍능단지도 아울러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수도권의 과학기술단지는 산· 학·연의 유기적 결합과 협조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현재의 홍능단지는 대덕단지의 보조적 기능으로 존속해야 한다는 견해다.
그런 입장을 인정할 때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그 단지를 국내 최대규모의 종합과학 교육센터화 하겠다는 의도가 사실은 서로 괴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짙다.
문제는 홍능을 연구기능으로 존속시키느냐 ,교육기능으로 활용하느냐하는 선택문제다.
다같이 「과학립국」을 목적으로 한 주장들이라면 정부간 다툼을 넘어 긴밀한 협의를 통한 현명한 선택을 낳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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