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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천안 고교생 시국선언 “우리의 꿈을 위한 분노”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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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안여고지부

“수능을 앞두고 우리 고등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한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역행하고 있고, 정당한 노력을 하는 학생들을 기만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최순실 게이트’ 시국을 비판하는 크고 작은 집회에서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후 7시 충남 천안 신부동 문화공원에서 청소년들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천안여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천안여고 김예림(3학년) 전 학생회장을 비롯해 3학년 4명이 주최하고 천안여고 학생회와 언론 동아리가 진행 스태프로 나섰다. 영상 동아리는 집회 상황을 촬영했다.

집회를 주최한 천안여고 학생들.

집회를 주최한 천안여고 학생들.

비가 내리는 속에서도 천안청수고·천안중앙고·목천고·복자여고·북일여고·천안고·천안쌍용고·천안신당고 등 천안 내 학교 학생들 350여 명이 교복을 입고 공원에 모였다. 페이스북·카카오톡 등 SNS로 집회 소식을 알고 왔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청소년들이 모이는 것을 본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함께했다.

천안여고와 목천고·천안중앙고에서 한 명씩 나와 읽어 내려간 시국선언문에서 학생들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나라에서, 국민을 위해야 할 정치가 누구에게로 쏠렸던 것인가. 이러한 정치가 과연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의 정치라 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수능을 앞두고 고등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한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공부했던가. 민주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정당하게 노력해서 우리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였다”라며 “지금 민주주의 는 역행하고 있고, 정당한 노력을 하는 학생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외쳤다.

이들은 “정치를 하는 당신들을 믿고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에게 보여준 행동을 보면 불신만 커진다”면서 “우리 천안 지역 고등학생들은 우리의 꿈을 위해, 우리의 나라를 위해 분노의 목소리로 나아가겠다”는 말로 시국선언을 마무리했다.

집회는 자유발언으로 이어졌다. 발언대에 오른 18명 중 17명이 고등학생이었다. 학생들의 발언을 듣던 한 시민은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깊이 남았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여기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뮤지컬 레미제라블 넘버 ‘Do You Hear The People Sing’)라고 노래하며 시민들과 목소리를 합쳤다.

고등학생들이 꺼낸 목소리에 대학생과 교사 등 다양한 시민들이 힘을 더한 이날 집회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집회에 참여한 유수빈(복자여고 2) 학생은 “당장 크게 바뀔 거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가 이곳에 나와 의견을 말할 때 두렵다거나,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오소민(천안여고 3) 학생은 “고등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시기에 거리에 나와서 정권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대통령님께서 이 요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현명한 선택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언대에 선 천안여고 학생회장 김예림 학생.

발언대에 선 천안여고 학생회장 김예림 학생.

집회를 주최한 천안여고 3학년 학생 중 김예림 전 학생회장과의 일문일답.

- 학생들이 모이는 집회를 계획한 이유는.
“지금 우리나라의 뉴스가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그걸 챙겨보다가 ‘천안은 너무 조용하다. 학생들이 이야기를 낼 필요가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광화문 집회에 직접 참석해 집회 방식을 보고 온 뒤, 천안여고 3학년 친구들과 의견을 모아 이 집회를 진행했다.”

- 많은 학생들이 참석하였는데, 예상한 학생 수는 어느 정도였는지.
“처음에 예상했던 건 100~200명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사전에 300명 이상 참석이 확정된 상태였다.”

-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국민은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희생하며 싸웠다. 그 노력으로 우리는 투표를 할 수 있는 투표권이 주어졌다. 지금 우리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이 지금 이 사태를 좀 더 진중하게 생각해보고, 이야기함으로써 더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집회에서 많은 학생들이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집에 돌아가서도 잊지 않으면 좋겠다.”

글·사진=이도현(천안여고1) 박건희·정은지(천안여고2)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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