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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불당 '한탕'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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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충남 천안시가 31일 하루 종일 들썩거렸다.

노른자위로 불리는 불당동 택지분양(2백16필지) 현장에 무려 2만6천여명의 신청자가 몰린 때문이다. 불당지구는 내년 4월 개통하는 경부고속철도 역에서 불과 2km 떨어진 택지개발지. 고속철도 역에 인접한 데다 2년 후 천안시 새 청사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신도심 후보지로 급부상하는 곳이다.

천안시는 신청자가 대거 몰릴 것에 대비, 이 지역 개발계획이 고시된 1997년 10월 이후 천안시에서 연속해 거주한 11만여가구에 한해 신청 자격을 줬다. 자격이 있는 가구 넷 중 한집꼴로 신청한 셈이다. 평균 경쟁률이 근래 드물게 1백20대 1을 넘겼다. 부동산업소 측은 "위치가 좋은 곳은 1천대 1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청 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분양과 동시에 엄청난 가격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 부동산업소 측은 "분양만 받으면 최소 두세배의 시세차익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한다.

천안시는 지난달 22일 불당 택지에 대한 분양공고를 낸 후 홍역을 치렀다. '불당신드롬'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당첨되면 앉은 자리에서 몇억원은 번다"는 소문이 돌면서 9백만원의 분양 신청금을 마련하느라 은행마다 대출 및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줄을 이었다. 또 동사무소마다 분양신청 때 제출할 주민등록등본을 떼려는 사람들이 몰려 전산망이 일시 마비된 곳도 있다.

천안 시민들은 분양 신청금을 납부한 지난달 29~30일 무더위 속에서 5~7시간씩 은행 앞에서 줄서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31일 신청서류 접수 때는 방학 중인 어린이까지 동원, 새벽부터 줄서기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틀 동안 접수한 분양 신청금은 2천4백여억원. 이를 두고 지역 금융권에서는 "천안의 돈이 모두 불당에 모였다"는 말까지 나왔다.

선문대 이인구(경영학과)교수는 "천안 시민 모두가 '한몫 잡자'는 생각에 휩싸여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민 朴모(41.천안시 신부동)씨는 "로또 복권을 사는 마음으로 가장 웃돈이 많이 붙을 만한 필지를 골라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불당 택지는 57~1백29평 규모로 분양되며, 평당 분양가는 필지별로 1백92만~3백15만원이다. 7일 컴퓨터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리고 내년 5월께 등기 이전 후 전매가 가능하다.

한편 천안세무서는 투기대책반을 편성해 불법 전매자는 세무조사를, 연소자 등은 자금 출처를 조사할 방침이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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