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트럼프 변수에 운신 폭 좁아진 한은…기준금리 1.25%로 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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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11일 결정했다. 6월 1.5%에서 1.25%로 내린 뒤 5개월째다. 시장 전문가들도 동결을 예상했다. 9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9%가 동결을 예상했다.

연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확대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이 금리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리 변경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중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7000억원으로 9월보다 7조5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이 늘었다. 역대 10월 증가분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대외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조 연구원은 “트럼프의 공약이 이행되면 채권시장뿐 아니라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통화완화 대응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금리 인상을 늦추고 있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비판하면서도 자신을 ‘저금리 인간(low interest rate person)’으로 지칭하며 저금리를 선호하는 모순된 행보를 보여왔다.

이런 변수에도 전문가들은 Fed가 ‘점진적 금리 인상’이라는 통화정책의 기조를 유지할 걸로 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스 총재는 “미국 경제가 완전 고용에 근접하며 물가 상승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점차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Fed의 의사결정이 정치적인 부분과 독립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을 볼 때 연내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내에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경우 한은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와의 금리 차가 좁아져 자본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금리 인상과 트럼프 당선인의 이후 행보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한은의 금리 인하 여력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여기에 가계부채가 늘고 있어 한은 입장에선 금리 인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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