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 10일 전 부터 트럼프 승리 예측한 모그I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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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벤처기업 제닉AI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모그IA’가 화제다. 이 AI는 미국 대선을 열흘 앞둔 지난달 28일부터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AI는 2004년 이후 세 번의 미국 대선 결과를 모두 맞혔지만 이번 선거가 여느 대선보다 예측이 어려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수 언론을 포함한 미국의 대다수 주류 언론은 선거 전날까지도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측했다.

검색·SNS서 데이터 2000만 건 수집
딥러닝 기법으로 ‘내숭 여론’ 가려내

AI의 예측은 무엇이 다른 걸까. 우선 데이터가 방대하다. 모그IA의 경우 검색 엔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20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주로 전화나 직접 대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여론조사는 고비용 구조여서 표본 수가 10만 건을 넘기기가 어렵다. AI 기반의 검색 서비스 업체인 마이셀럽스의 신지현 대표는 “기계가 스스로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해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AI의 예측 정확도가 많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표본의 특성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생기는 통계적 오류인 표본 오차에서도 AI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표본이 방대할수록 전체의 의견에 가까워질 확률이 높은데다 딥러닝 덕분에 특정 여론에 담긴 편향성을 읽어낼 수도 있다.

신진우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예를 들어 트위터 이용자 중 민주당 지지자 비중이 유난히 높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특성을 파악한 AI는 트위터에서 수집하는 여론에 가중치를 조절해 전체 조사 결과에 반영한다. 기계가 스스로 편향성을 파악하고 이를 조정하게끔 알고리즘(연산 과정)이 설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감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오차인 휴먼에러(human error)도 AI 조사에는 개입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보수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여론조사에서 솔직한 속내를 덜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성향이야 어떻든 진보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바람이 투영된 ‘내숭 여론’인 셈이다. 이런 사람도 뉴스를 보거나 검색을 할 때는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다. 익명이 보장된 SNS에서도 마찬가지다. AI가 여론조사보다 훨씬 더 내밀한 마음을 읽어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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