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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집회 열리던 날…정가·현장 표정|신민 행렬에 시민 합류 박군사진·꽃 들고 시위최루탄가스 마신 이총재는 병원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민당>
○…이민우총재와 이중재·양정직·노승환·이기택·김수한부총재, 소속의원 및 당원 50여명은 이날 하오 1시10분쯤 스크럼을 짜고 롯데호텔 정문을 나섰는데 호텔 밖에서 대기중이던 당원·시민 등 2백여명은 박수로 환호.

<행렬뒤쪽에 최루탄>
이들 일행은 학생 등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합류, 길 건너편 두산빌딩쪽으로 건너갔으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독재타도」등의 구호를 외치고 「우리의 소원」등의 노래를 제창.
이들은 명동쪽으로 진출하려했으나 경찰이 최루탄 3발을 발사하자 두산빌딩 뒷골목으로 후퇴.
이들은 2백여m쯤 행진하다 광교 근처 관광공사건물쪽으로 빠져 나왔는데 이때 이미 대기중이던 시민·학생5백여명이 새로 합류.
이총재 일행은 여기서 최루탄가스 때문에 잠시 행진을 지체했는데 이총재는 몹시 피로한 표정으로 『그냥 여기서 추도회를 열자』고 제의.
그러나 학생들이 『신민당이 앞장서서 명동으로 진출하라』고 요구하자 안동선의원이 확성기를 통해 『고령의 총재가 최루탄가스를 마셔 호흡이 곤란하다』고 설득을 시도.
안의원은 그러나 계속되는 학생들의 주장에 방침을 변경,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앞장서서 행진을 해 이총재를 보호하라』며 명동진출의사를 밝히자 군중들은 일제히 환성.
이들 일행이 광교 입구를 출발, 명동쪽으로 1백여m쯤 진출했을때 경찰은 이들의 행렬 뒤쪽에서 최루탄을 무차별 난사.
이총재는 이어 광교근처의 한 음식점으로 들어가 잠시휴식을 취했으나 최루가스로 가슴이 울렁거려 컨디션이 나빠져 하오2시20분께 이대부속병원으로 출발.
이때 이총재와 함께 있던 홍사덕·송간영·이재옥의원과 당원 등 30여명은 현장에 남아 도보로 당사로 출발.

<연도시민들이 박수>
○…무교동 골목에서 주총재 일행과 헤어진 이기택·김수한부총재와 박용만·송천영·반형직·강삼재 의원 등은 1백여명의 당원 및 학생들과 함께 별도로 을지로 입구 네거리 대로에 모여 미도파쪽으로의 진출을 시도하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는 바람에 10여분만에 해산.
이들 일행은 노경규총무국장의 선창에 따라 『고문정권 타도하라』『종철이를 살려내라』 『평화집회 보장하라』는 등의 구호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제창.
또 이들이 대로변에서 구호를 외치자 연도에 있던 시민·학생들이 박수를 치는 모습도 보였다.
신민당의원들이 해산한 뒤에도 일부 학생들은 경찰이 최루탄을 쏘면 골목길로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 구호를 외치는 등 몇 차례 명동쪽으로의 진출을 되풀이.

<두 김씨 집에서 묵념>
○…김현규 총무·신순범수석부총무 등 신민당 의원 13명은 당원 등 50여명과 함께 롯데호텔 앞에서 정각 2시가 되자 약식 추도식을 실시.
신부총무가 호텔 앞 축대위에 올라가 『원통하게 숨져간 박군의 추도식을 명동성당에서 갖기로 했으나 경찰의 폭력적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해 이 자리에서 추도식을 갖겠다』면서 사회.
이 때 호텔앞 마당에 있던 의원승용차들을 중심으로 2O여대의 차량이 거의 대부분 1분여쯤 정적을 울렸고 이를 신호로 주변에 몰려있던 일부 행인들까지 묵념.
이어 김총무가 이총재의 추도사를 대독하는 것으로 추도식은 10여분만에 간단히 종료.
신기하·김한수의원은 박군의 영정을 들고있었고 나머지 의원 및 당원들은 국화꽃1송이씩을 들고 있었으며 한 당원은 「고문추방」이라고 쓰인 두건을 쓰고 있었다.
한편 이날 연금된 김대중·김영삼씨는 하오2시가 되자 각기 자택에서 비서진·측근들과 함께 묵념을 올리고 약식추도식을 올렸다.

<당사주변 경비강화>민정당
○…명동성당추도회가 끝날 때까지 비상근무에 들어간 민정당은 7일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치안당국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면서 사태진전을 점검.
민정당은 재야운동권의 당사난입에 대비, 중앙당은 물론 추도회가 열리는 7개시·도지부와 지구당의 경비를 크게 강화하는 한편 중앙당2층 사무차장실에 임시상황실을 설치, 상황을 파악.
민정당은 이날상오 노태우 대표위원주재로 이춘구사무총장· 이한동 원내총무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직자회의를 열고 추도회진전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정국대처방안을 논의.
노대표위원은 김태호사무차장으로부터 부산·대구·광주 등에서의 추도회 관련 움직임을 보고 받고 『시민들의 재산이 손상되지 않고 아무런 불상사 없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시.
심명보대변인은『신민당은 인원동원을 많이 한 의원들에 대해 포상을 한다는데 이런 것을 보면 추도의 성격은 완전히 없어진 것』이라고 꼬집고 『「도심을 민중의 해방구로」라는 등의 유인물을 보아서도 정치집회임을 확실히 노출시키고 있다』고 지적.
유흥수총재비서실장은『추도의 표시로 자동차의 경적을 울리자고 하는데 외국에서는 축제나 큰 운동경기에 이길 때나 경적을 울린다』면서『경적소리가 나는 추도회가 무슨 경건한추도회냐』고 힐난.

<정부>
○…정부는 7일상오 관련부처별로 실무차원의 회의를 잇달아 열고 명동대회봉쇄작전을 최종 점검.
6일 하오 구주 순방에서 돌아온 노신영국무총리도 공관에서 저녁 늦게까지 이규성행정조정실장과 비서관들로부터 박군사건 등 부재중 있었던 일들을 소상히 보고 받았으며 7일 상오에는 청와대를 예방, 귀국인사를 했다.
정부는 대회자체는 막을 수 있지만 하오2시 자동차의 경적은 민심과 관련이 있는 미묘한 문제라 이를 난제로 보고 각종 대책을 수립.
이에 따라 서울시는 각 택시조합에 공문을 발송, 하오1시까지 사납금과 관계없이 귀사토록 지시하는가 하면 시내 곳곳에 「경적을 울리지 맙시다」는 팻말을 각 경찰서장명의로 배치했는데 자가용은 막을 길이 없어 매우 난처해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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